스타트업끼리 손잡는 이유… VC 투자받은 M&A, 상반기 18% 급증

| 김민준 기자

창업 생태계에서 벤처 자금이 꾸준히 쌓이면서 벤처기업 간 인수합병이 급증하는 가운데, 2025년 상반기에는 VC(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간 인수 건수가 18% 증가했다. 이처럼 동종 업계의 스타트업끼리 손을 잡는 움직임은 이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벤처캐피털 톰베스트 벤처스(Thomvest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 돈 버틀러(Don Butler)는 이같은 흐름을 분석하며,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한 전략적 교훈을 공유했다.

우선, 스타트업 간 M&A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산업 논리’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현재보다 더 큰 점유율이 필요하다면 경쟁사와의 합병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시장의 리더 기업과 경쟁하기엔 규모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경쟁사와의 결합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포지 글로벌과 셰어포스트가 합병하여 기존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과 경쟁 구도를 만든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두 회사는 결합을 통해 독립적인 IPO를 추진할 수 있을 수준의 규모로 성장했다.

반대로, 자사 제품이 더 넓은 제품군의 일부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라면, 인접 시장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이 유리하다. 이때 핵심은 고객의 실제 사용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고객의 워크플로우를 면밀히 분석하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사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합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 후보를 식별할 수 있다.

실제 버틀러는 두 개의 스타트업이 이 방식으로 고객 피드백을 통해 서로를 인식하게 되었고, 고객들이 직접 API 통합 제안을 하거나 심지어 합병을 요청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피드백은 향후 크로스셀링 가능성은 물론, 고객 충성도까지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의 활성화로 인해 자동화된 워크플로우가 중시되고 있는 점에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결합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객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를 조율하는 일이다. 이사회, 주요 투자자, 경영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지 없이는 어느 인수도 성사되기 어렵다. 이때 최대 쟁점은 합병 후 리더십 구성, 밸류에이션, 지분 및 거버넌스 구조다. 이들은 단순히 단일 거래 조건이 아닌, 현재 독립적인 경영을 지속할 경우와 비교해 어떤 시나리오가 더 나은지를 함께 평가하며 협상에 임하게 된다.

물론 스타트업끼리의 인수합병은 때로 복잡하고 협상도 어렵다. 하지만 양측 모두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때보다 결합할 때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체로 해결책은 존재한다. 특히 산업 논리가 분명한 경우, 창의적인 구조나 상호 양보를 통해 새로운 해법이 찾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의 이해와 목표가 일치하는 ‘공통의 그림’을 공유하는 데 있다.

돈 버틀러는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핀테크 및 마테크 기업의 성장 전략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는 고객 확보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데이터 중심의 해석을 중시하는 기업에 집중하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이 M&A라는 전략적 수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