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비트코인을 숨길 수 있을까?…지갑 주소 공개의 명암, 코인이지 리서치 공개

| 이도현 기자

코인이지(CoinEasy)가 발행한 최근 리서치에 따르면,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BTC)을 대차대조표에 포함시키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해당 자산의 ‘실소유 증명’과 관련한 투명성 문제가 주요 투자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런 기업들이 공개하는 정보의 신뢰성은 온전히 경영진의 정직성과 내부 통제에 의존하는 만큼, 지갑 주소 공개 여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현 Strategy)를 시작으로 메타플래닛(MetaPlanet), Rumble, GameStop, 테슬라(Tesla) 등 다양한 공개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코인이지 리서치는 이들 기업이 실제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를 외부에서 직접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해당 정보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록체인은 변경 불가능한 거래 장부로, 주소만 알면 어느 누구나 현재 보유량과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허위 공시 방지 및 투자자 신뢰도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리서치는 전통 회계나 규제 프레임워크 상에서도 실시간 정보 공개가 기업가치 판단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주소 공개 방식은 시장 효율성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전략이 숨겨지지 않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투명한 재무 정보가 장기 투자 판단에 결정적 요소가 되기 때문에, 지갑 주소 공개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채택을 가속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주소 공개가 곧 완전한 보유 증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유 코인이 담보로 제공돼 있거나, 커스터디업체가 사용하는 공동 지갑일 경우, 주소만으로는 해당 자산이 특정 기업의 독점 소유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온체인 상 자산은 증명할 수 있어도, 오프체인 차입 구조는 추적이 어렵다”며 단순한 지갑 공개 이상의 복잡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주소 공개는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리스크를 높이는 행위로 간주된다. 해커는 공개된 주소를 분석해 기업의 거래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실제 세일러는 “공개 기업이 지갑을 밝히는 것은 자녀의 은행 계좌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우려를 표했다.

전략 노출 문제도 존재한다. OTC 거래 시점이 예측되거나 리밸런싱 전략이 외부로 퍼질 경우, 경쟁 기업에게 불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록체인의 고유한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 예컨대 내부 이체를 외부 매도로 인식하는 사례 역시 기업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선택적 투명성’이라는 절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분기 실적 기간에 한정해 주소를 공개하거나, 영지식증명(ZKP) 기술로 총 보유 코인의 실존 여부만을 확인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의 보안 부담을 줄이면서도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의 정보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Strategy는 공식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Arkham Intelligence와 같은 온체인 분석 회사가 자체 추적을 통해 수십만 개 BTC를 파악한 전례가 있다. 일정 보유량을 넘어서면 거래 패턴이 명확해지고, 완전한 은폐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대형 보유 기업의 경우 공개 압박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인이지 리서치에 따르면, 결국 비트코인 보유 기업에 대한 온체인 공개 여부는 자산 규모, 커스터디 구조, 기업의 위험 수용도 등 복합적 요소를 반영한 최적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지식증명을 활용한 검증 방식, 암호 보안 인프라, 회계 기준 정립 등의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제시됐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정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보유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유 증명을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전되고 있다. 시장 내 신뢰를 선점하는 기업이 곧 미래 가치를 주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