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가격 안정화 수단이 아니라, 국제 금융과 실물 경제를 잇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홍콩은 3년간 치밀한 준비 끝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홍콩 입법회 디지털자산운영위원회 위원장이자 창업가로도 활동 중인 오걸장(Johnny Ng) 의원은 토큰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롭게 시행된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은 기술·문화, 홍콩은 금융 인프라… 협력 시너지는 막대하다”
오걸장 의원은 먼저 한국과 홍콩이 가진 상호 보완적 강점을 강조했다. 그는 “홍콩은 자본 이동 제한이 없는 국제 금융 허브이며, 한국은 기술 집약 산업과 문화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라며 “양국이 함께 한다면 핀테크뿐 아니라 게임·콘텐츠·유통 등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개방성과 실험정신은 홍콩과 협력에 있어 큰 기회”라고 평가했다.
“3년간의 업계 협의 끝에 마련된 스테이블코인 법안”
홍콩은 지난 8월 1일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했다. 오걸장 의원은 “2022년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처음 시장 컨설테이션을 시작했을 때 60개 이상의 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며 “두 차례 협의와 3년간의 검토를 거쳐 올해 5월 입법회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법의 핵심을 “동일 리스크에는 동일 규제(Same Risk, Same Regulation)”라고 정의했다.
발행사는 반드시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며,
매월 외부 회계 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투자자가 맡긴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사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며 “홍콩은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AML·투명성에 있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홍콩 방문단, 토큰포스트 서울 사무실 방문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토큰포스트
“시장 반응 폭발적… 라이선스는 10개 미만으로 제한”
오걸장 의원은 새 법안이 시행되자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홍콩 현지 금융사뿐 아니라 중국 본토 대기업, 100억 달러 규모의 민간기업, 심지어 국유기업까지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신청 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HKMA는 발급 수를 10개 미만으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이선스 요건은 은행 수준으로 까다롭지만, 그렇기에 신뢰성과 지속성이 담보된다”며 “단순히 발행사만이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들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일변도 시장, 다양한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균열”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USDT와 USDC가 90% 이상을 점유한다. 그러나 오걸장 의원은 홍콩 규제가 시장에 균열을 만들 것이라고 본다.
“홍콩의 라이선스를 받은 발행사는 미 달러뿐 아니라 홍콩 달러, 위안화, 원화, 엔화, 유로 등 다양한 법정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며 “중동·아프리카 기업들이 중국과 무역할 때 달러 대신 위안화나 홍콩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발행사 자산과 기업 자산을 분리하고, 매달 감사를 의무화한 점은 국제적 신뢰도를 높인다”며 “국제 교역에서 결제 속도를 며칠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0개 Web3 기업이 이미 홍콩에… 이제는 RWA가 핵심”
오걸장 의원은 홍콩의 Web3 전략도 강조했다. 그는 “2022년 입법회에 합류할 당시 3년간 1,000개 Web3 기업 유치를 공약했는데, 불과 2년 만에 2,000개 이상이 홍콩에 정착했다”며 “컨센서스, 비트코인 아시아 등 글로벌 행사도 연이어 개최되며 국제적 입지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홍콩은 실물자산 토큰화(RWA)에 집중한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90% 이상은 네이티브 토큰이지만, 실물자산 토큰화 비중은 6%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사모펀드, 기업 증권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해 Web2와 Web3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중국의 테스트베드… 성공 모델은 본토로 확산”
오걸장 의원은 홍콩의 독특한 위상을 “중국의 테스트베드”라고 표현했다. 그는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과 영미식 법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도를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며 “여기서 성공 모델이 검증되면 향후 중국 본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만구(大灣區, Greater Bay Area) 구상을 언급하며 “홍콩과 마카오, 광둥성 9개 도시가 묶여 인구 8천만 명 이상의 초대형 경제권을 형성한다”며 “이곳이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RWA 실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b3는 더 공정한 경제로 가는 길”
마지막으로 오걸장 의원은 Web3의 철학적 의미를 강조했다. “Web2는 중앙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사용자에게 일부만 배분했지만, Web3는 개인이 데이터와 자산을 직접 소유하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며 “젊은 세대가 Web3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는 젊은 세대의 무대이고, Web3는 그 기회의 장입니다. 한국과 홍콩이 함께 아시아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