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빼앗은 주니어 일자리…‘엘라’는 왜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나

| 김민준 기자

엘라는 마케팅 전공으로 수석 졸업하고 주요 기업에서 인턴 경험도 골고루 쌓은 인재였다. 하지만 졸업 후 4개월간 수십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답변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지원했던 초급 마케팅 포지션 대부분이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AI는 빠르고, 저렴하며, 별도의 온보딩도 필요 없었고, 기업에는 이상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엘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를 선택한 그는 Clay와 Bardeen을 활용해 시장 트렌드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고, Hex Technologies를 통해 경쟁업체 추적을 자동화했으며, Beehiiv를 기반으로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런칭했다. 불과 3개월 만에 구독자 2000명을 확보하자 기업들로부터 협업 제안이 몰려들었다. 그녀의 경력이나 이력서가 아니라, 이미 입증된 '가치 창출력'이 주목받은 것이다.

이처럼 초급 인재의 자리는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자동화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 그중 가장 명확한 문제는 리더십 사다리의 붕괴다. 주니어 인재를 채용하지 않으면 향후 기업의 문화와 실무를 깊이 이해한 리더를 내부에서 육성할 수 없다. 결국 엔지니어나 전략 담당 임원을 외부에서 비싸게 영입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조직 적응 실패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 하나의 위험 요소는 시장과의 거리감이다. 젊은 인재들은 최신 플랫폼, 소비 패턴, 커뮤니티 문화에 익숙하며 차세대 고객층을 구성하는 사용자층의 감각과 가장 가깝다. 반면 고위 임원들은 데이터나 리서치로 접근할 수는 있어도, 그런 변화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읽기는 어렵다. 주니어 인재의 부재는 기업이 시장에서 한 발씩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자체의 활용 가능성 또한 주니어 인재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기술 적응력이 빠르고, 실험 정신이 강하며, 정형화된 틀 밖에서 활용 가치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들을 배제하고 AI만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대체하면, 인공지능의 잠재적 파급력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쓰임새를 곧 기술의 가치로 환원하려면, 그 기술을 자유롭게 다루는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엘라 같은 인재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명확하다.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라. 포트폴리오나 이력서가 아닌, 실제 제품 또는 서비스 형태로 '임팩트'를 제시해야 한다. 초기 경력자라도 시장에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면 기업은 주목한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있다면 경력이나 자격이 부족해도 좋은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단, 이번 논지의 핵심은 '반(反)AI'가 아니다. 필자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 도입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써야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주니어 인재는 내일의 리더이자 AI를 실질적 도구로 탈바꿈시키는 실전 사용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