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올해 들어 스타트업 투자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시가총액 4조 3,000억 달러(약 6,192조 원)에 달하는 이 반도체 기업은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생태계 전반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테크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5년 들어 지금까지 엔비디아는 자회사인 NVentures를 포함해 42건 이상의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로, 작년부터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달리, 고난이도의 기술을 해결하는 ‘하드 테크’ 스타트업이 대다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8억 6,300만 달러(약 1조 2,427억 원)를 투자받은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이다. 양자 컴퓨팅 기술을 개발 중인 퀀티늄(Quantinuum)도 지난달 NVentures 주도로 6억 달러(약 8,640억 원)를 유치했으며, 프랑스 기반 생성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는 유럽 AI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엔비디아의 투자 전략은 특정 산업군에 한정되지 않는다. 로봇 공학, 바이오테크, 영상 생성 AI 등 다양한 영역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특히 AI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을 통해 아주 초기 단계의 기업들과도 긴밀한 연계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엔비디아가 대부분의 경우 리드 투자자가 아닌 참여 투자자의 역할에 머문다는 점이다. 2025년 투자건 중 리드로 나선 사례는 단 5건,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 AI 기업 AI21랩스(AI21 Labs)의 3억 달러(약 4,320억 원) 시리즈 D 라운드와 로봇용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킬드AI(Skild AI)의 1억 3,500만 달러(약 1,944억 원) 투자 건이 포함됐다.
이 같은 전략은 엔비디아가 AI 기술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걸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회사는 현재 오픈AI(OpenAI),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xAI, 스케일AI(ScaleAI) 등 고성장 AI 기업에 이미 투자를 진행했으며, 최근 전력 발전 관련 기술에도 다수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막대한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함께 고려한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의 이례적이고도 고르게 분포된 투자 행보는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서 AI 시대에 핵심 기술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테크 산업 전반에서 AI가 작동하는 방식, 전력을 공급받는 과정, 그리고 인간의 삶에 녹아드는 전 영역까지 아우르는 투자 포트폴리오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을 넘어 미래 기술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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