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포인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실수요 뚜렷…우려 해소와 규제 방향도 제시"

| 하이레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제도적 해법과 함께 실제 경제 현장에서 필요한 이유가 공유됐다.

9월 22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스트포인트:서울 2025’에서 ‘한국 금융 시스템을 위한 기관 스테이블코인 제도, 운영화’라는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이종석 서울대학교가 모더레이터를 맡았으며 김갑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지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자리했다.

패널 토론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기존 우려를 점검하고, 그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갑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연구원에서 3~4년 전부터 중요한 주제였다"며 "대한민국은 이미 전산화가 잘 돼 있고 결제 시스템도 우수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지고 중개 비용이 크게 줄고 프로그래밍 기능을 통해 복잡한 거래도 보다 신뢰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민간 발행사에 시뇨리지(화폐발권 차액)가 발생할 수 있다'는 쟁점을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시뇨리지 논쟁은 사실과 다르며 민간 발행사에 신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데 따른 위험성 역시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법적으로 발행 비용을 제한 이익은 거의 대부분 중앙은행, 정부로 귀속되며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1대 1 준비 자산 요건이 있어 현금 유입 없는 발행이 엄격히 금지된다면서 "민간 발행사에 중앙은행과 같은 시뇨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영 수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존 선불전자지급업 등에서 나타나는 구조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런 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대규모 이체 사태가 발생할 정도는 상당한 채택 이후의 문제"라고 봤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준비 자산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차익거래 수요가 생겨날 수 있어 은행의 런 리스크와는 질적·양적으로 다른 양상을 띤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김지현 교수는 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회와 관련해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은행권에 먼저 발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존 플랫폼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기반, 이미 구축된 결제 시스템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의 기회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며 "이는 은행권에 주어질 수 있었던 혁신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적 측면보다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며 발행 기회를 특정 주체에만 선점시키는 방식은 공정성과 혁신 균형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자본력이 풍부하고 자금세탁방지(AML) 능력이 뛰어난 주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에서의 AML은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위험을 탐지하고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블록체인 거래의 특수성에 대응하는 능력은 은행이 반드시 디지털 자산 업자보다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이미 경험을 쌓고 사업을 문제없이 운영해 온 서클이나 테더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훨씬 더 안전할까라는 질문이 생긴다"며 "국내에서 발행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는 발행을 시작할 것이고 해외 사업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이미 유통 중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가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테더 시장은 이미 상당히 커졌으며 유통 규모만 보더라도 블록체인 자체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 사례를 보면 지니어스법은 철저히 미국 우선 전략에 기반해 3년 이내 미국에서 합법적 발행자가 되지 않는 해외 발행자는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면서 "결국 테더는 미국 내 발행용 USDT와 국제 유통용 USDT를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응 방향에 대해 "국내 역시 테더·서클과 협의해 충분한 준비금을 쌓는다면 국내에서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공생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과 준비자산 요건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점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 국지적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은 국내 거래소만 규제해도 수요와 공급이 유지되지만 디지털 자산 시장은 글로벌 규제 차이가 크면 공급자도 토큰을 발행할 이유가 없고 수요자 역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은 지급 수단이기 때문에 발행사가 반드시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하며 지급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말했다.

지급 재원을 어디에 보관할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에만 제한할 경우 해외 발행사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한국 시장을 회피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한국 내 지점을 둔 해외 금융기관 중 A1 이상의 신용등급을 가진 곳까지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 범위를 완화하는 타협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실질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교육 현장봐도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 송금 건수만 연간 2만 건을 넘는다"며 송금 지연이 발생해 등록금 납부 마감을 넘기거나 환율 변동으로 인해 송금액이 부족해 추가 납부해야 하는 등 비효율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도입하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소위 라스트마일 결제 문제를 해소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무용론의 배경에는 한국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이 작용하는데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증권 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증권 결제가 플러스 1~2일 걸렸던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실시간으로 취득한 증권, 특히 국채는 매우 우량한 담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역 거래에서도 원화 결제 수요도 존재한다"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은행망을 대신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과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원화는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요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에 따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국은 제조업 기반과 K-컬처 기반을 갖고 있어 원한다면 충분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금융 인프라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됐다"면서 "블록체인은 앞으로 여러 원장을 대체하게 될 것이며 이미 유럽연합과 미국 등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일상화돼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처리하는 순간이 오면 원화도 코드로 표현될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수요를 국내 시장 안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다양한 지급 결제 수단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화의 바운더리 역시 더 이상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적으로 확장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화 생태계의 여러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려면 결국 국내용에 머무는 원화가 일정 수준의 국제화를 겪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트포인트:서울 2025(EastPoint:Seoul 2025)’는 프라이빗 웹3 콘퍼런스로, 해시드와 블루밍비트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이 공동 호스트로 참여했다.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정책 핵심 인사, 글로벌 규제 기관 수장, 테더·서클 주요 관계자, 국내 3대 정당과 시중은행, 전통 금융 기업, 대형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석해 디지털 자산과 글로벌 금융의 접점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