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넘치는데 거래는 ‘잠잠’…美 M&A 시장 회복 왜 더딜까

| 김민준 기자

중간시장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반등 기대가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풍부한 유동성과 매물 확대 기대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25년 4분기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많은 M&A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시장 회복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최근 M&A 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사모펀드가 유례없이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보유 중인 바잉 파워는 1조 달러(약 1,440조 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민간 신용 자금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이상이 추가로 대기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풍부한 자금이 시장에 즉각 흘러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보유 기간이 늘어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수익 실현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7~10년 이상 보유 중이며, 유한책임출자자(LP)에 대한 수익 분배를 위해 자산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20~40년간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1세대 창업자들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른바 실버 쓰나미 매물도 대기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자들은 타이밍을 고민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여전히 경제 불확실성은 가장 큰 제약 요소로 작용 중이다. 지난해부터 경제의 둔화 기미가 뚜렷해지며 기업 수익률과 매출 증가폭이 줄어들자, 인수자들은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여기에 더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여전한 소비 위축, 그리고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인수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투자자는 안정적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기적 수익을 생성하는 주거용 냉난방, 해충 방제, IT 관리 서비스와 같이 현금 흐름 대비 자본 지출이 낮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설비투자가 많은 자본집약형 기업은 레버리지 활용이 제한적이어서 매각이 쉽지 않다. 결국 이러한 기업의 오너들은 저평가를 우려해 현재 매각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매수자들의 적극성이 커지고, 급매물을 피하던 매도자들도 시장에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거시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단발성 거래 증가에 머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인수합병 시장의 지속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단순히 자금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예측 가능한 실적 기반, 명확한 행정부의 통상 정책, 소비 회복 등 삼박자가 맞물려야 거래가 본격화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성공적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도 제한적이며,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