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핀테크·우주까지… 스타트업 자금 조달 '광속질주'

| 김민준 기자

최근 스타트업 업계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속도로 투자 라운드를 통과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시리즈 A부터 시리즈 C까지 불과 1년여 만에 통과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확인됐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빠른 자금 조달 사례로는 AI 코딩 플랫폼을 제공하는 애니스피어(Anysphere)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시리즈 A를 마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9000만 달러(약 1296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비슷한 속도로 성장한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코그니션(Cognition) 역시 올해 시리즈 C에서 4억 달러(약 5760억 원)를 확보했다. 생성형 AI 분야의 확산은 오디오·비디오·이미지와 같은 멀티미디어 기술 전반으로도 퍼지고 있으며, 이를 겨냥한 스타트업 팔(Fal)은 10개월 만에 시리즈 C에 도달하며 1억 25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끌어들였다.

음성 AI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는 단 3년 만에 시리즈 C 라운드에 진입했고, 현재 기업 가치는 66억 달러(약 9조 5040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사에 속하는 xAI, 퍼플렉시티(Perplexity), 미스트랄 AI(Mistral AI) 등도 초고속으로 성장하며 라운드를 넘어가고 있다.

수직 통합형 AI 솔루션, 즉 특정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기술 스타트업도 벤처캐피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 지원 플랫폼 디카곤(Decagon)과 고객 충성도 강화에 초점을 맞춘 AI 솔루션 기업 팔로아(Parloa)는 모두 시리즈 A에서 C까지 약 1년 만에 도달해 각각 1억 2000만 달러(약 172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법률 AI 분야에서는 하비(Harvey)가 단연 눈에 띈다. 설립 3년 만에 법률 전문가용 AI 도구를 개발하며 총 8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핀테크 섹터에서는 기업용 계좌와 결제를 다루는 서비스들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아일랜드의 노무페이(NomuPay), 멕시코의 카피탈(Kapital), 네덜란드의 피놈(Finom)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대부분 유럽 및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주 산업 분야도 자금 조달 속도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다. 위성 운송 전문업체 임펄스 스페이스(Impulse Space)와 우주 안보 스타트업 트루 어노말리(True Anomaly)는 최근 수억 달러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위성버스(위성 본체) 개발사 에이펙스 스페이스(Apex Space)는 설립 3년 만에 시리즈 D까지 진입하며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확보했고,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돌파했다.

그 외에도 로봇 기술 스타트업 피겨(Figure)는 시리즈 C에서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고, 정밀 생명공학을 목표로 하는 애토비아 테라퓨틱스(Attovia Therapeutics)는 2년 만에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초고속으로 투자 라운드를 거치는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기술력과 빠른 시장 대응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여전히 생성형 AI와 관련된 기술에 압도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 외 로보틱스, 우주항공, 생명과학까지 투자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은 글로벌 자본시장이 여전히 혁신에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