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도 대형 AI 스타트업이 투자 시장을 휩쓰는 가운데, 의외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신개념 인슐린 패치부터 친환경 비료, 자동 칫솔, 산후 정신건강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의 관심 밖에 있었던 틈새 시장이 점점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소개될 다섯 기업은 기술과 사회적 가치를 절묘하게 결합해 투자자들과 현장의 기대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비센트라(ViCentra)는 아이폰을 연상케 하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인슐린 패치 펌프 ‘칼레이도(Kaleido)’로 8,500만 달러(약 122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낸다. 이 제품은 작고 가벼운 무선형 패치펌프로, 사용자 맞춤형 클라우드 연동 기능까지 갖췄다. 창업자인 톰 아놀드 최고경영자(CEO)는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갖춘 이 제품은 전통적 의료기기의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헬스웨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에는 이노베이션 인더스트리(신규 투자자)를 비롯해 기존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감축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비료 솔루션 업체 나이트리시티(Nitricity)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전통 비료 제조가 아닌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유기질 액상비료 ‘Ash Tea’를 생산하며, 회수된 유기 농산물 껍질을 주원료로 활용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시리즈 B 라운드로 확보한 5,000만 달러(약 72억 원)는 대규모 생산 공장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며, 유럽 진출도 예고했다.
칫솔 시장에서도 혁신이 감지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제로브러시(ZeroBrush)는 전통 칫솔을 대체할 자동화 구강 세정 장치를 개발, 1,080만 달러(약 15억 6,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장치는 사용자의 치열에 맞춘 3D 프린팅 마우스피스를 통해 한 번에 전 치아를 동시에 세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테스트 결과 기존 수동 칫솔보다 플라그 제거 효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공동 창업자인 니디 파이 박사는 “일상 속에서 전문가 수준의 구강 관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성 정신건강 스타트업 세븐스타링(Seven Starling)은 임신과 출산 전후 여성의 정서 관리를 위한 플랫폼으로 800만 달러(약 115억 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불안장애, 우울증 등 출산 관련 정신질환 치료에 특화돼 있으며, 현재 미국 18개 주에서 서비스 중이다. 타겟 확장을 위해 헬스 보험사 및 메디케이드 네트워크와도 다각적 제휴를 맺고 있다.
한편, 사용자 친화적 데스크톱용 로봇 솔루션을 내세운 마이크로팩토리(MicroFactory)도 산업현장의 자동화 수요를 공략하며 150만 달러(약 21억 6,000만 원)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를 이끄는 이고르 쿨라코프 CEO는 “산업용 AI 기술은 반드시 인간같은 외형이 필요없다”고 강조하며, 소형 로봇팔을 활용한 컴팩트형 자동화 기계를 앞세워 전자부품 조립, 식품 포장 등 경공정 공정의 로봇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AI 열풍 속에서도 비의료 영역이나 틈새 산업에서 기술과 현실적 수요를 연결하는 스타트업들이 생태계 구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각 스타트업들의 섬세한 기술력과 강력한 실행력은 한정된 VC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