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과 원화예치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5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규모와 원화예치금 등이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2024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가상자산 가격상승과 시장규모 확대 추세는 2025년 상반기에 둔화됐다.
해외 기관의 투자 확대로 비트코인은 2024년 말(92,666달러)에서 2025년 6월 말(107,135달러)까지 16% 상승했지만 글로벌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에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4,815조 원에서 4,473조 원으로 7%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인 열기가 한풀 식은 모습이다. 이용자는 늘었지만 거래규모와 영업이익, 시가총액 및 원화예치금은 줄어들었다.
월별 일평균 원화예치금 / 금융정보분석원·금융감독원이용자 위탁 자산 92.7조 원(97.4%)과 사업자 자체 보유 자산 2.4조 원(2.6%)을 합산한 '국내 시장의 시가총액'은 2024년 말 110.5조 원에서 2025년 6월 말 95.1조 원으로 14%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가격 상승과 시총 확장 기조가 상반기 들어 다소 꺾였음을 보여준다.
원화예치금은 작년 하반기(10.7조원) 대비 무려 42%나 빠지면서 6.2조 원으로 축소됐다. 시장을 떠받치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된 셈이다.
상반기 전체 거래금액은 1,160조 원으로, 전기(1,345조 원) 대비 14% 감소했다. 17개 거래업자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6.4조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7.3조 원) 대비 12% 줄어든 수치다.
코인마켓, 작은 비중 속 '약진'
월별 일평균 거래금액 / 금융정보분석원·금융감독원한편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월별 추이를 보면 원화마켓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코인마켓은 1월 이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원화마켓 쏠림 현상 지속과 시장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신규 사업자의 영업 본격화 등으로 코인마켓의 거래규모와 시가총액은 증가한 모습이다.
상반기 전체 시가총액 95.1조 원 중 원화마켓 시가총액(94.6조 원)이 전체 시가총액의 99.5%를 차지하고 있고 코인마켓 시가총액(4,896억 원) 비중은 0.5%에 그쳤지만 전기(1,231억 원)와 비교하면 298%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일평균 거래금액도 원화마켓은 12% 감소한 반면 코인마켓은 6.1억 원으로 286% 급증했다.
가상자산 변동성, 주식시장보다 3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평균 MDD(Max Draw Down, 최고점 대비 하락률)는 72%로, 지난해 하반기(68%)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음에도 변동성 리스크는 오히려 확대된 셈이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원화마켓의 평균 가격 변동폭은 73%로, 코인마켓(52%)보다 훨씬 컸다. 이는 원화 거래소 중심의 국내 시장이 여전히 가격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변동폭은 77%에 달해, 글로벌 대형 자산보다 훨씬 높은 위험성을 드러냈다.
이는 전통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MDD는 27.0%, 코스닥 지수는 20.7%에 그쳤다. 주식시장 대비 3배가 넘는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투자가 동반하는 리스크 수준을 나타냈다.
트래블룰 거래·해외 이전 확대
한편,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금의 외부 이동, 즉 '트래블룰' 적용 대상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강화된 규제 속에서 제도권 가상자산 송금이 활발해진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업자의 가상자산 외부 이전(출고) 금액은 총 101.6조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96.9조 원) 대비 5% 증가했다.
이 가운데 트래블룰(신고 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 이전) 적용 금액은 20.2조 원으로 전체 출고 금액의 20%를 차지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총 1,026만 건이 집계돼 전기 대비 37% 늘었고 이 중 트래블룰 적용 건수는 65만 건으로 전체의 6% 수준이었다.
사전 등록된 해외 사업자나 개인지갑 주소(화이트리스트)로의 송금 역시 전기 대비 4% 증가한 78.9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해외 이전은 차익거래 등을 위해 가상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추정된다.
건당 100만 원 미만 소액 외부 출고 금액은 2.4조 원으로 전체 출고금액 대비 2%에 불과했으나 이용자 수 기준으로는 무려 68% 비중을 가졌다. 소액 투자자 다수가 여전히 개인 지갑으로의 분산 보관이나 해외 전송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는 25개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17개, 보관·지갑업자 8개, 미제출 2개)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사업자가 제출한 값을 기초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이며 집계 기준일은 6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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