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 12만5,300달러를 찍으며 시가총액 2조5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곡점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자산이 되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은 ‘실험적 코드’에 불과했다. 채굴자는 손에 꼽았고, 거래소는 불안정했다. 제도권은 냉소적이었고, 정부는 경계했다. 그러나 그 무모한 실험이 이제 글로벌 자산시장의 한 축이 되었다. “디지털 금”이라는 비유가 더 이상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소유의 이동’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비트코인 중 65.9%가 개인 투자자 손에 있다. 하지만 이 구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ETF, 헤지펀드, 기업금고, 정부가 잇달아 시장에 진입하면서 개인의 몫은 점점 줄고 있다. 초기 비트코인을 채굴해 장기 보유하던 ‘OG’들은 지갑을 열고 있고, 그 자리를 기관 자금이 채워가고 있다. 시장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제 비트코인은 더 이상 “탈중앙화된 대안통화”라는 이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규제와 회계, 거버넌스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기관의 참여는 유동성과 안정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비트코인의 근본적 정체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 ‘개인의 자유화폐’가 ‘제도의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증권형 토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며, 정부는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규제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투기와 투자, 혁신과 위험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향후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것이다.
이번 사이클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탄생이 ‘탈중앙화의 실험’이었다면, 지금은 ‘제도권 편입의 실험’이다. 초창기 개인들이 쌓아올린 네트워크가 이제 월스트리트의 장부로 옮겨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승리했지만, 동시에 변하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진보와 타협 사이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은 더 이상 변방의 화폐가 아니다. 이제 그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평가받아야 한다. 개인이 시작했고, 제도가 완성할 것이다. 그 결과가 혁신이 될지, 순응이 될지는 앞으로의 역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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