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폭발…3분기 글로벌 벤처 자금 139조 돌파

| 김민준 기자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성과를 보인 3분기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가 급증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분기 투자액은 970억 달러(약 139조 6,800억 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 증가했다. 이는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의 대규모 투자 증가와 기술기업의 상장 및 인수합병(M&A) 확대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앤트로픽(Anthropic)의 130억 달러(약 187조 2,000억 원)를 비롯해 엑스AI(xAI)의 53억 달러(약 76조 3,200억 원), 미스트랄AI(Mistral AI)의 2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등 상위 세 건의 투자 라운드만 해도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를 웃돌았다. 크런치베이스는 3분기 전체 투자 중 30%가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의 메가라운드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18개 기업이 각기 5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절반 이상은 9월에만 진행돼 투자 집중이 분기 후반에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보면 AI가 전체 벤처 투자액의 46%에 해당하는 450억 달러(약 64조 8,000억 원)를 차지해 투자 시장의 무게중심이 확실히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하드웨어 부문 역시 로봇, 반도체, 양자 기술 등이 주도하며 총 162억 달러(약 23조 3,300억 원)를 유치했고,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는 158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로 뒤를 이었다. 금융 서비스 분야는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스타트업이 이끌어간 이번 벤처 시장 회복은 국가별 분포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전체 벤처 투자 자금 중 약 60%에 해당하는 600억 달러(약 86조 8,000억 원)가 미국 기업에 집중됐다. 투자 스테이지별로는 후기 단계(end-stage)의 급증이 돋보였다. 3분기 후기 단계 투자 규모는 580억 달러(약 83조 7,000억 원)로 전년보다 66% 이상 늘어났고, 연초 대비 다소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올해 1분기 오픈AI의 400억 달러(약 57조 5,000억 원) 투자 라운드가 절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초기 단계 투자(시드 및 시리즈 A·B 단계)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초기 단계 투자는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로, 전년 및 전 분기 대비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데이터 인프라, 에너지, 로봇, 양자기술 등 차세대 산업의 시리즈 A·B 투자가 활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드 단계는 총 90억 달러(약 12조 9,6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시드 투자의 경우 분기 후반에 데이터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상장 및 인수합병 등 자금 회수 시장도 활력을 되찾았다. 3분기에는 체리 오토모바일, 피그마, 클라르나, 넷스코프 등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총 16개의 벤처 지원 기업들이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가치로 데뷔했다. 이들 IPO의 합산 시가총액은 900억 달러(약 129조 6,000억 원)를 넘는 것으로 분석돼 전 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인수합병 또한 적극적이었다. 전체 M&A 규모는 275억 달러(약 39조 6,000억 원)로 다소 줄었지만, 10억 달러 이상 기업 9곳이 인수됐다. 이 중 4곳은 헬스케어·바이오, 나머지는 AI, 금융, 사이버보안, 스포츠베팅 등 신성장 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오픈AI의 스타직(Statsig), 워크데이의 사나(Sana) 인수가 있다.

한편, 이러한 수치는 크런치베이스가 집계한 10월 2일 기준 보고된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됐다. 특히 시드 단계는 타이밍상 후속 데이터 추가가 자주 일어나는 단계를 감안할 때, 실질 수치는 다소 상향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 자본이 다시 대형 기업 중심으로 유입되며 생태계가 재편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AI 분야가 주도하는 거대 투자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