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베팅, 역풍 맞았다”…달러 강세에 월가 흔들, 암호화폐 투자심리도 ‘주춤’

| 김민준

올해 외환시장을 지배했던 ‘달러 약세 베팅(Big Dollar Short)’이 예상과 달리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하루 거래 규모 9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최근 2개월 만의 최고치로 반등했으며, 이로 인해 월가의 주요 헤지펀드들과 투자은행들이 포지션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달러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고, 아시아와 유럽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달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신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달러 강세 옵션(콜옵션)을 대거 확대하면서 방향 전환이 뚜렷해졌다.

■ 유로·엔 급락, 달러 반등의 촉매…암호화폐에는 ‘역풍’

최근 유로화와 엔화의 급락이 달러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하 신중론이 겹치면서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수록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며, 올해 초 급등세를 이끌었던 ‘달러 약세 기반의 위험자산 랠리’가 주춤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매수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노동시장 고통 없이 금리인하 어렵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드 알후세이니(Ed Al-Hussainy)는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했다”며 “노동시장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고는 공격적 인하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달러 반등세는 달러 스팟지수(Dollar Spot Index)에도 반영됐다. 이 지수는 하반기 들어 2% 상승, 이번 주에만 1.2% 올라 1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 월가 “달러 숏 스퀴즈 본격화”…비트코인 단기 조정 우려

블룸버그의 가필드 레이놀즈(Garfield Reynolds) 전략가는 “달러 약세 포지션이 여전히 과도하게 쌓여 있어, 추가적인 달러 숏 스퀴즈(급등 압박)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0.25%p 인하 두 차례를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 연준 의사록은 명확한 완화 사이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가 단기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캐럴 콩(Carol Kong) 전략가는 “현재 달러는 ‘세탁물 중 가장 덜 더러운 셔츠(the least dirty shirt)’와 같다”며 “유로와 엔이 약세인 상황에서 달러의 추가 하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