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혁신해 나가면서 '디지털 실사(due diligence)'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여겨졌던 실사 개념이 이제는 기술 채택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비대칭 캐피털(Asymmetric Capital)의 대표 파트너 롭 비더먼(Rob Biederman)은 AI 시대의 실사가 단순한 리스크 관리 수준을 넘어 ‘책임감 있는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더먼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실리콘앤글(SiliconANGLE)이 공동 주최한 'AI 팩토리: 미래 데이터센터' 행사에서 “AI는 모든 산업을 변혁시킬 기술이지만, 그만큼 실패율도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체 AI 투자 중 99%는 기대 이하의 성과로 마감될 것”이라며, “진짜 수익은 소수의 1% 또는 10bp(0.1%) 투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전에 실사를 통해 진주를 골라내는 안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기업 가치 산정 방식의 변화다. 비더먼은 단순한 합법성이나 기술 적합성 여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수익성 중심의 ‘밸류에이션 기반 실사’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 스타트업이 우리 1억 3,700만 달러(약 1,974억 원) 규모의 펀드에 어떤 수익을 줄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며, “시장 크기, 점유 가능성, 그리고 예상 현금 흐름이 얼마나 공공시장이나 다른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접근법에서 필수적인 것이 바로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다. 제품 또는 서비스 한 단위당 수익성과 손익을 측정함으로써 사업 모델이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더먼은 2022년 투자한 라틴아메리카 전자상거래 기업 사례를 소개하며 “매출 100만~200만 달러에 투자했는데, 올해는 매출이 5,000만 달러(약 72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 효율성과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한 창업자의 이해도는 우리가 보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결국, AI 도입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려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의 경제적 효용과 지속 가능성을 미리 검증하는 실사 프로세스가 선행돼야 한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AI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철저한 실사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AI 열풍이 거세질수록, '책임 있는 혁신'을 기본으로 삼는 기업만이 궁극적인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비더먼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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