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를 맞았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벌어진 급락세의 배경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 선언이 있었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 비트코인 12% 폭락 유발
트럼프 대통령은 100%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와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조치를 예고했다. 이 발언 직후 시장은 급격히 흔들렸고, 비트코인은 단 한나절 만에 12% 넘게 하락했다. 이번 주 초 12만5000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뉴욕 기준 금요일 밤 11만3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시장 데이터 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청산된 포지션 규모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에 달했으며, 160만 명 이상의 트레이더가 포지션을 강제 청산당했다. 이 중 약 70억 달러 상당의 포지션은 불과 1시간 만에 청산됐다.
코인글래스는 “실시간으로 보고되지 않는 거래소가 많아 실제 청산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며 “바이낸스는 초당 1건의 청산만 보고하기 때문에 집계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청산 사태…기관 과도한 레버리지 노출”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의 수석 트레이더 브라이언 스트루갓츠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시장 내 상대방 리스크(counterparty risk)를 드러냈다”며 “총 청산 규모가 3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대중 강경 노선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 충격파를 던졌다. 주식, 원유, 암호화폐가 일제히 급락했고, 자금은 미국 국채와 금으로 이동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체 팔콘X(FalconX)의 마켓 공동대표 라비 도시(Ravi Doshi)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급증했다”며 “하루 종일 옵션 시장에서 하방 위험 회피 수요가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기관들마저 청산”
알고리즘 기반 기관용 트레이딩 플랫폼 트레드파이(Tread.fi)의 CEO 데이비드 정(David Jeong)은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블랙스완(예측 불가의 충격 사건)”이라며 “특히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구조상 높은 레버리지를 쓴 기관 트레이더들도 대거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구선물은 만기가 없는 계약 형태로,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24시간 레버리지 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크로노스 리서치(Kronos Research)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빈센트 리우(Vincent Liu)는 “이번 폭락은 미·중 관세 갈등이 도화선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관 과잉 레버리지가 불씨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이 거시경제 변수와 얼마나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단기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청산이 마무리된 시장에서는 반등 신호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글로벌 거시경제와 암호화폐 시장의 연결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비트코인이 다시 ‘디지털 금’으로서 방어력을 입증할지, 아니면 글로벌 리스크 자산의 일환으로 변동성에 휩쓸릴지는 향후 몇 주간의 반등 흐름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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