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메가라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초대형 자금 유입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벤처 자금이 점점 더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미국 스타트업 자금 가운데 약 70%가 각 1억 달러(약 1,440억 원) 이상의 메가라운드에 집중됐다. 이는 총 300건 이상의 거래를 통해 약 1,570억 달러(약 225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대형 스타트업에 모였다는 의미다. 직전 최고치였던 2021년에도 기록적인 자금이 조성됐지만, 당시에는 기업공개(IPO) 활황과 기술주 급등이라는 특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한 AI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자금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며 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오픈AI(OpenAI)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는 단일 거래 기준으로도 전체 자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AI 관련 기업들이 전체 메가라운드 금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집중 현상은 단순한 미국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신생 기업 자금의 약 60%가 메가라운드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번 시장 정점이었던 2021년 수준과 유사한 수치다.
자금이 대형 딜로 쏠리는 배경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생성형 AI를 앞세운 유망 유니콘들이 투자자들의 베팅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벤처캐피털들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집중적으로 배정하면서, 일부 유망 기업 중심의 구조로 자금이 재편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경기 흐름에 따른 ‘사이클 효과’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본집중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이전보다 큰 규모의 수표를,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더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집행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I 메가라운드를 계기로 촉발된 대형 중심 투자 흐름은 스타트업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성장의 기대가 큰 특정 산업과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며, 이는 향후 벤처 생태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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