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해고 쓰나미… 美 스타트업, '고인물' 대신 정예로 재편 중

| 김민준 기자

2024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감원에 이어 최근 불어닥친 두 번째 기술업계 해고의 물결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스타트업들은 과거에 손 댈 수 없던 핵심 인력을 눈앞에 둔 상황이 됐고, 동시에 근로자들은 구직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산 확보를 위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직 시장의 변화 속에서 근로자들의 요구 수준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유연한 업무 환경과 명확한 성장 기회를 요구하면서도,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계약직이나 낮은 보수에도 기꺼이 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통상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구직 기간은 체류 비자나 지역 이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더 길어진다. 이런 현실은 자발적이든 아니든 많은 직장인들이 프리랜싱과 부업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뱅크레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 중 약 36%가 부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지난 2년 사이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기존 정규직 중심의 경력 경로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일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일반 기업보다 높은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두 직장을 병행하는 '오버임플로이먼트'는 여전히 일부에 제한된 현상으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약 5% 내외에 불과하다.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활용해 최대한 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인건비는 여전히 가장 큰 비용 항목이기 때문에 소수의 고성과 인재로 높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 미드저니는 직원 11명 규모로 연간 2억 달러(약 2,88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개발 자동화 스타트업 커서는 15~20명의 인력으로 1억 달러(약 1,440억 원)에 근접하는 실적을 냈다.

스타트업 운영 데이터를 분석한 카르타에 따르면 소비재 및 핀테크 분야에서 시드 단계 기업들의 평균 팀 규모는 2022년 이후 절반가량 감소했다. 유연한 고용 모델은 초기 스타트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테크 기업 임원의 90%는 성수기마다 프리랜서 인력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입장이고, 28% 이상은 이미 고정 업무에 이들을 통합해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근로자에게도, 창업자에게도 기회이자 도전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투명하게 리스크를 공유하고 성과에 따라 지분이나 장기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견기업보다 안정적인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다. 단기 계약이 향후 파트너십 기반 고용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지금은 과거와 달리 수준 높은 기술 인력을 유연한 조건에 채용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정규직 고용 방식에서 벗어나 보상 구조와 선발 체계 전반을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두 번째 해고의 물결은 단순한 감원 이상의 파장을 남기고 있다.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부업의 경계를 허물며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고, 스타트업은 소수 정예로 민첩하고 강력한 운영 구조를 확립하며 기존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시장에서는 유연성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변화에 발맞춰 조직을 재설계한 기업만이 인재 확보와 성장을 모두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