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마케팅은 더 이상 '기적의 도구'가 아니다

| 김민준 기자

AI 시대의 마케팅은 분명히 강력한 도구다. 다만 그 위력은 우리가 마케팅에 기대하는 바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을 때 비로소 발휘된다. 최근 기업의 CMO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을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마케팅 자체가 지금 변화와 리브랜딩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케팅은 종종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 줄 '기적의 도구'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품의 품질이나 고객 서비스, 비즈니스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어려운 도우미에 불과하다.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고객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 마케팅으로는 완성도 낮은 제품이나 불균형한 비즈니스 모델을 되살릴 수 없다. 결국 마케팅은 확대경에 불과하며, 내부적인 강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들춰내는 성질을 지닌다.

현업에서 마케팅이 위기를 맞는 이유 중 하나는 실체보다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마케팅 부서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실제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면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마케터들은 복잡한 지표나 결과 해석을 통해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들지만, 사업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허상'으로 비춰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마케팅은 더 이상 과시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되고, 사업 실적 중심의 전략적 기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클릭률과 인게이지먼트 같은 자기만족형 지표 대신, 매출 증대나 파이프라인 성장이라는 조직 전체의 핵심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장 존경받는 마케터들은 완벽한 결과를 내놓는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캠페인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로부터 통찰을 추출할 수 있는 이들이다. 마케팅은 실험의 연속이며, 그 실험 결과가 다음 전략을 규정해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의 반응과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관찰소이자 지휘탑이 되어야 한다.

정직하게 성과를 공유하고, 실패를 투명하게 인정하며, 끊임없이 실험을 통해 배우는 모습을 조직 전반에 보여줄 때, 마케팅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닌 전략적 성장 엔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스스로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 결실로 입증하려는 태도야말로 오늘날 마케팅이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브랜드가 아닌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겠다는 진정성과 실행력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 본연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