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통화 질서의 설계 언어이자, 국가 간 패권 경쟁의 도구로 변하고 있다. 이선민 인하대 교수의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디지털 통화 전환기를 ‘금융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한 국내 최초의 체계적 저작이다. 토큰포스트 북클럽은 이번 연재를 통해 비트코인 전략보유,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그리고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의 본질을 다섯 편의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민간 금융 실험이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시대』에서 이선민 인하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블록체인으로 이식한 디지털 전략 자산”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직접 발행하지 않아도,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중심 통화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달러를 인터넷의 속도와 효율로 전 세계에 배포하는 새로운 ‘패권 기계’로 작동하고 있다.
달러의 확장, 스테이블코인이 대신하고 있다
테더(USDT), 서클(USDC)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모두 미국 금융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사용자 예치금을 미 달러화, 국채, 단기 채권 등으로 운용하며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자금 유입 효과를 만든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국가는 사실상 미국 달러 자산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선민 교수는 이를 “디지털 달러화를 통한 패권의 민간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글로벌 API’다
달러는 중앙은행과 SWIFT라는 폐쇄된 시스템 속에서 움직였지만, 스테이블코인은 API(개방형 인터페이스)처럼 작동한다.
누구나 블록체인 지갑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고, 어떤 개발자도 허가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열린 달러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달러의 사용 범위를 금융권 밖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CBDC보다 빠르고, 더 시장 친화적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국가의 법적 권한으로 설계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수요와 효율성을 기반으로 확장된다.
CBDC가 통제를 중심으로 설계된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혁신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선민 교수는 “미국이 CBDC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미국의 글로벌 통화 전략을 대신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달러화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대응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달러의 영향력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아프리카, 남미 등 불안정한 자국 통화를 가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수용하면서, 미국은 자국의 통화가 ‘민간의 선택’을 통해 확산되는 기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강제된 달러’가 아닌, 선택된 달러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이 아닌 공존이다
CBDC가 통제의 시스템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자유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둘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CBDC는 정책 집행과 공공 인프라에 사용되고, 스테이블코인은 시장과 소비자, 글로벌 결제에서 유연성을 확보한다.
이선민 교수는 “CBDC는 정부의 손,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의 손”이라며
“두 손이 함께 움직일 때, 달러의 영향력은 완성된다”고 말한다.
마무리 – 미국의 패권은 중앙에서 시장으로 옮겨갔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구조와 이익은 미국 금융권으로 귀속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시대』는 이를 “21세기형 금융 패권의 민간 위임”이라고 정의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 코드와 시장의 선택으로 작동하는 패권이다. 미국은 이미 블록체인 위에서 ‘달러의 재설계’를 마쳤다.
📖 다음 연재에서는, 이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이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냉전 구도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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