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무한 게임”… 제프 사이버트가 말하는 진짜 스타트업의 조건

| 김민준 기자

신생 기업을 만드는 여정은 끝이 없는 게임과 같다. 일회성 성공이 아닌, 끊임없는 생존과 진화를 통해 존재감을 이어가는 것이 진짜 의미라는 통찰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오랜 시간 몸소 경험해온 창업가 제프 사이버트(Jeff Seibert)의 이야기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인크레오(Increo), 박스(Box), 크래쉬리틱스(Crashlytics), 트위터(Twitter) 등을 거쳐, 최근에는 AI 기반 회계 플랫폼 디짓츠(Digits)를 이끌고 있다.

사이버트는 최근 한 유명 벤처투자자와의 대화를 통해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들을 다시 정리하게 됐다고 밝히며, 실체 없는 거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업의 본질에 대해 짚었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점은 성공은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다. IPO나 인수, 높은 기업 가치는 종점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중간 이정표일 뿐이며, 지속적으로 창조하고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은 스스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일이 당신을 부른다"고 말하며, 위대한 창업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겪었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억제할 수 없는 욕구’에서 출발했다고 회고한다. 단순히 창업이 경력 상의 다음 스텝이 아니라, 모든 대안이 무의미해졌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오히려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최대 위협이 전통적인 경쟁사가 아닌 창업자의 피로감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사이버트는 대다수 스타트업이 외부 환경보다 내부에서 창업자의 동력이 고갈되며 실패한다고 분석하며, 창업자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고 ‘형식적인 경영’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고객의 만족이 곧 생존의 열쇠라는 그의 철학도 눈길을 끈다. 기술 트렌드나 경쟁사 움직임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실제로 얼마나 쉽고 즐겁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이며, 이를 위해 디짓츠 팀은 매주 직접 신규 사용자의 첫 경험을 재현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좋은 이사회란 ‘지시하는 조직’이 아니라 ‘질문으로 방향을 열어주는 공간’이라며, 프레젠테이션 위주가 아닌 대화형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사들의 가장 큰 역할은 창업팀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해답이 떠오르게 만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서 몸소 체험한 커뮤니티 주도의 혁신도 중요한 교훈으로 언급됐다. @멘션, 해시태그, 리트윗처럼 오늘날의 핵심 기능조차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유기적으로 탄생했으며, 이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유지해야 회사의 정체성이 유지된다고 사이버트는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시장을 정의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해 구세대 모델을 지키는 '좀비 유니콘'들과 달리, 새로운 창업자들은 핵심 기술과 분위기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닌, ‘영원한 게임’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이버트가 전하고자 한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하다. 창업의 성공은 ‘계속할 수 있음’ 자체이며, 생존을 넘어 고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의 열정을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라는 점이다. 시작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단 한 발자국을 내딛으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변화가 생긴다면, 당신은 이미 이 무한 게임에 입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