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자동화 결제 시대의 가능성이 서울에서 열린 ‘Crypto Insight Forum’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번 행사에는 김형중 교수(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 최형규 DSRV 리서치센터장, 김종광 DSRV 이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법제·기술·인프라 관점에서 AI Agent 결제의 미래를 논의했다.
김형중 교수는 “삼성 스마트폰은 이미 크립토 월렛과 할부 결제 기능을 탑재해 세계 최초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기기”라며 “삼성은 제조사를 넘어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결제를 ‘지갑의 진화’로 설명하며 “AI Agent는 사용자를 대신해 결제와 투자 의사결정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결제에 개입하면 법적 책임과 윤리 기준이 새롭게 정립돼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자동화 금융의 기본 단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현행 법체계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며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다는 법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나 스테이블코인 모두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시장이 위축돼 있다”며 “AI Agent 결제 확산을 위해 지급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 보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나 글로벌 팬덤 등에서 이미 크립토 결제가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금융제도를 통해 AI Agent 기반 결제 모델을 조기에 검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 세션에서 DSRV의 최형규 리서치센터장은 “AI와 블록체인은 각각 확률적·결정적 시스템으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며 “AI의 불확실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이 신뢰 가능한 형태로 고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Agent가 결제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블록체인 노드 ▲오라클 ▲스마트컨트랙트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을 제시했다. 또한 “코인베이스의 X402, 구글의 AP2(Agent Payment Protocol) 같은 프로토콜이 이미 구현 단계에 있으며, AI 간 소액결제(M2M Economy)는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종광 DSRV 이사는 “AI Agent 결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표준 경쟁에 돌입한 신시장”이라며 “한국도 자체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Genius Act’와 유럽의 ‘MiCA’ 법안을 언급하며 “미국은 달러·단기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만 합법화했고, 유럽도 유로화 연동만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정부 제도적 지원 없이는 경쟁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AI Agent 결제를 구현하려면 PG(결제대행)와 VASP(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가 모두 필요하지만, 현재 두 자격을 모두 가진 기업은 없다”며 “결국 협력 컨소시엄 형태로만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DSRV는 코인베이스의 X402 표준을 기반으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KYC·AML·트래블룰 등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익숙한 UX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 “새로운 결제 인프라,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패널토론에서는 “AI Agent 결제 생태계의 핵심은 상호운용성과 제도 설계”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참석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결제수단을 넘어 금융상품과 데이터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토론에서는 먼저 웹3 결제의 본질과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 발언이 나왔다. “현재의 카드·계좌 기반 결제는 2차원 구조지만, AI와 블록체인은 프로그래머블 결제를 통해 3차원적 혁신을 가져온다”며 “은행 중심·빅테크 중심 결제 시스템과 토큰 기반 결제는 향후 병존하며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직불·선불·송금 기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결제수단으로, 기존 레거시 시스템이 갖지 못한 정산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후불결제 기능과 가맹점 네트워크 인센티브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제도 논의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민간이 발행하더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만큼 법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자금융거래법과 가상자산법 어디에도 스테이블코인이 포함되지 못하고 있어, 별도의 지급수단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역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발행·유통 방식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직은 컨소시엄 중심의 협력 모델을 검토 중”이라는 현실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AI Agent 결제는 기술적으로 이미 구현 가능한 단계에 있으며, 구글의 AP2와 코인베이스의 X402 같은 프로토콜이 결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만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암호학적 서명과 로그 기록을 통한 사용자 인증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또한 “AI Agent가 결제나 투자 판단을 잘못했을 때, 공급자와 알고리즘 작성자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법적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유럽은 이미 AI와 스마트컨트랙트에 대한 ‘킬 스위치(Kill Switch)’ 개입 조항을 마련하고 있어 국내도 안전장치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됐다.
토론의 마무리에서는 “AI Agent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은 결제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을 예고하고 있으며, 기술보다 제도 설계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는 점이 공통된 결론으로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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