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록체인 기업 리플(Ripple)이 월가의 대형 자금을 끌어들이며 글로벌 금융권의 시선을 모았다.
11월 4~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리플 스웰(Swell) 2025’ 행사에서 리플은 5억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과 시타델 증권이 주도하고, 갤럭시 디지털·팬테라 캐피털·브레반 하워드·마셜 웨이스 등 월가의 굵직한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평가 가치는 400억달러(약 54조원)로, 올해 초 1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당시와 동일한 수준이다.
리플은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확보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의 협력 강화 및 제품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현금 넉넉한 리플, 왜 또 투자 받았나
리플은 이미 현금 10억달러 이상과 디지털 자산 2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한 이유는 명확하다. 회사는 최근 2년간 6건의 인수를 통해 결제·보관·스테이블코인·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전통 금융의 핵심 영역을 빠르게 흡수하며 ‘블록체인 금융사’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리플 프라임’, ‘메타코’, ‘팔리세이드’, ‘GTreasury’ 등이 그 예다.
자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는 출시 1년 만에 시가총액 10억달러를 돌파했고, 리플 결제 서비스 누적 거래량은 950억달러를 넘어섰다.
■ “시장 신뢰 확보가 진짜 목적”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이번 투자는 리플의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를 ‘시장 신뢰 확보’와 ‘제도권 편입’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외신들은 “리플이 월가 주요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금융 인프라 전반을 완성했다”며 “이번 투자는 리플이 규제 친화적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이는 2023년 바이낸스가 아부다비 국부펀드에서 20억달러를 유치해 글로벌 신뢰도를 높였던 전략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 IPO 논쟁은 아직 이르다
투자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리플이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웰 행사에 참석한 나스닥 CEO가 “17개 암호화폐 기업이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런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리플 경영진은 “2025년에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현금이 충분해 IPO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SEC와의 법적 갈등이 정리된 만큼 2026년 이후 IPO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 이번 라운드에 참여한 월가 기관들이 향후 상장 전 주주 구성을 정리하는 ‘예행연습’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한국 시장, 여전한 ‘리플 사랑’
리플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한국 투자자들이다. 업비트에서 XRP는 전체 거래의 20~30%를 차지하며 비트코인을 앞질렀다. 5월 기준 하루 거래대금은 9억달러에 달했고, 거래소 내 XRP 보유량은 약 59억 개로 추정된다. SEC 소송 기간에도 한국 투자자들은 XRP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리플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실체 있는 글로벌 기업의 토큰’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거래 집중은 리플의 글로벌 유동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금융권과의 협력이 확대될 경우 실제 결제 인프라로의 확장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스웰 2025가 남긴 메시지
리플은 이번 스웰 행사에서 기관용 브로커리지 ‘리플 프라임’, 스테이블코인 RLUSD 기반 실시간 결제 시스템, 디지털 자산 보관업체 ‘팔리세이드’ 인수, XRP 레저 기반 대출 프로토콜 등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플은 더 이상 송금 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한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 유치는 그 변화를 제도권에서 인정받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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