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TMMF) 시장을 조명하며, 이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와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BIS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의 부상(The rise of tokenised money market funds)'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TMMF가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주요 담보 자산이자 저축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 스테이블코인의 강력한 경쟁자, '수익률' 무기로 부상
TMMF는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지만, 법적으로는 증권(Securities)으로 분류되어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수익률'이다.
기존의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은 가치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이자 지급이 금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TMMF는 국채 등 머니마켓 상품에 투자하여 투자자들에게 시장 금리에 준하는 수익을 분배한다.
BIS는 "고금리 환경에서 무위험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을 제공하는 TMMF가 온체인(On-chain) 담보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 규모 2년 만에 10배 폭등... 기관 자금 유입 가속
TMMF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약 7억 7천만 달러(약 1조 원) 수준이었던 총 예치 자산(TVL)은 2025년 10월 말 기준 약 90억 달러(약 12조 6천만 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초기에는 소액 전송이 용이한 스텔라(Stellar) 블록체인이 선호되었으나, 최근에는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과 함께 이더리움(Ethereum)이 시장의 50%를 점유하며 주류 네트워크로 부상했다. 블랙록(BlackRock)의 'BUIDL' 펀드나 프랭클린 템플턴 같은 전통 금융 거물들의 진입이 이러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 '화이트리스트' 규제의 맹점과 리스크
TMMF는 규제 준수를 위해 '허용 목록(Allow-listing)' 방식을 사용하여, 신원이 확인된 지갑 간의 거래만 허용한다. 그러나 BIS는 이러한 방식이 완벽한 통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회 가능성: 허용 목록은 TMMF의 직접 보유만 제한할 뿐이다. TMMF 토큰을 다시 포장(Wrapping)하여 다른 토큰으로 만들거나, 디파이(DeFi) 프로토콜에서 활용할 경우 비허가 지갑으로도 유통될 수 있다.
유동성 불일치(Liquidity Mismatches): TMMF 토큰은 블록체인상에서 즉시 거래되지만, 기초 자산인 국채 등은 전통적인 결제 주기(T+1 등)를 따른다.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러한 시차는 펀드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
투명성의 역설: 블록체인의 높은 투명성은 대규모 환매(Redemption) 요청을 실시간으로 노출시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을 가속화하는 조정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 스테이블코인과의 복잡한 연결고리
BIS는 TMMF와 스테이블코인 간의 상호 연결성(Interconnectedness)이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염 위험: 일부 TMMF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환매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는 펀드와 스테이블코인 시장 간의 충격을 상호 전파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레버리지 루핑(Looping): 투자자들이 TMMF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고, 이를 다시 TMMF 매수에 사용하는 레버리지 전략은 시장 하락 시 청산 소용돌이(Deleveraging spirals)를 유발할 수 있다.
■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TMMF가 "전통 금융과 글로벌 디파이(DeFi)를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규제 차익과 자금 세탁 방지(AML) 등에서 국제적인 공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BIS는 "현재의 파편화된 규제 환경에서는 규제 차익 거래나 자본 흐름의 변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각국 당국의 합의된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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