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세금 폭탄' 경고…美 다주 규제에 SaaS도 예외 없다

| 김민준 기자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있어 판매세 및 사용세 준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주(state)를 넘어 확대되고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면서 세금 노출 범위가 눈에 띄지 않게 커질 수 있다. 미국에는 1만 2,000개 이상의 독립적인 판매세 관할 구역이 존재하며, 각각 고유의 세율과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실수도 문제가 확대돼 크게 불거질 수 있다.

판매세는 과세 대상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시 고객으로부터 징수하는 것이고, 사용세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 대상 품목을 구매했을 경우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 오리건의 공급업체로부터 1만 달러의 장비를 구매했다면, 해당 거래에 대해 캘리포니아에 사용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state)마다 규정이 상이하고, 특히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 과세 여부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일부 주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SaaS 모델에 판매세를 부과하고, 또 다른 일부는 이를 일부 구성요소에만 적용하거나 전면 면세한다. 이처럼 복잡한 체계로 인해 창업자들은 단순한 회계 이슈가 아닌 사업 리스크로 이를 인식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기준이 물리적 사무실이나 창고, 직원이 있는 ‘물리적 연결고리’에서 벗어나,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만으로 세금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경제적 연결고리’ 기준으로 확대된 것도 중요한 변화다. 2018년 미 연방 대법원의 ‘사우스다코타 대 웨이페어(Wayfair)’ 판결 이후, 45개 이상의 주가 이 기준을 도입해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매출만 발생해도 세금 납세 의무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완전히 원격으로 운영되는 SaaS 기업이나 이커머스 업체까지도 규제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은 분기별로 ‘넥서스 맵’을 작성해 각 주의 과세 트리거를 모니터링하고, 제품 및 서비스별 과세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플랫폼을 통해 판매를 진행하는 경우,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마켓플레이스 사업자가 세금을 대신 징수하고 납부할 수도 있지만, 자사 웹사이트나 인보이스를 통한 직접 판매는 전적으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스타트업이 자주 간과하는 대표적 위험요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구매품목에 대한 사용세 납부 미이행, 그리고 비과세 서비스와 과세 제품을 함께 인보이싱하는 경우다. 후자의 사례는 감사 대상이 되기 용이하다. 예컨대 배송비와 포장비는 일부 주에서는 판매가격에 포함되어 과세되며, 별도로 분리 기재할 경우 과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B2B 거래에서 면세 증명서가 없거나 유효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납세 이슈는 단순히 감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인수합병 또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실사(due diligence) 과정 중 미납금과 세무 리스크가 발각되면, 평가 절하 혹은 에스크로 설정 등으로 이어져 거래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가장 현명한 대응은 사전적 컴플라이언스다. 자발적 공개협정(Voluntary Disclosure Agreement)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감사가 시작된 이후엔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세무 전문가를 조기에 참여시켜 분기별 넥서스 상황 검토, 과세/비과세 항목 재검토, 면세 증명서 관리, 신뢰도 높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된 세무 시스템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

판매세와 사용세가 어쩌면 뒷단 이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성장 기업에겐 전략적 요소 그 자체다. 준법 경영은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고, 기업가치를 보호하며, 불필요한 분쟁과 감사를 예방하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