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Ep.239ㅡ신뢰는 증명된다…거래소 투명성의 기준 '준비금 증명(PoR)'이 바꾼 것들

| 토큰포스트

토큰포스트 팟캐스트 ‘Trust Me에서 Verify Me로의 변화’ 편에서는 중앙화 거래소(CEX)에 대한 신뢰 위기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 PoR)’의 구조와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PoR은 특히 2022~2023년 FTX, Celsius 등 주요 거래소들의 붕괴 이후 강화된 투명성 요구에 대응해 등장한 개념으로, 거래소가 실제로 사용자의 예치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외부에 증명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거래소가 “우리는 안전하다”고 말하는 신뢰 기반의 약속을 사용자들이 수용해왔다. 그러나 연쇄 사태 이후 사용자들은 “신뢰하지 말고 검증하라”는 원칙으로 돌아섰고, 이는 보다 데이터 기반의 접근을 요구하게 됐다. 그런 흐름 속에서 준비금 증명은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과 사용자 부채를 암호학적으로 비교 및 검증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PoR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공개 검증 가능한 지갑 주소나 머클트리 기반의 잔액 스냅샷을 제공한다. 둘째, 제3자인 감사기관이 해당 데이터의 무결성을 확인한다. 셋째, 사용자가 자신의 잔액이 누락 없이 포함돼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증명은 대부분 특정 시점 기준 스냅샷 위주의 증명이라는 한계를 가지며, 이를 극복하고자 일부 거래소는 영지식 증명(ZKP)을 도입해 개별 사용자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면서도 정합성은 유지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PoR의 등장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신뢰 자본의 새로운 복구 방식으로 평가된다. 과거처럼 은닉된 레버리지나 불투명한 부채 구조가 생기기 어렵고, 어느 정도 온체인 상에서 검증 가능한 ‘투명한 거래소’가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표준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MEXC Ventures에 따르면, 이러한 준비금 증명은 장기적으로는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지급 능력 증명(Proof of Solvency)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로 Chainlink나 일부 ZK 증명 기반 프로젝트들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의 PoR 보고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독립감사의 유무, 사용자의 전체 부채 범위 포함 여부, 감사 스냅샷의 시점과 최신성, 온체인 지갑 주소 공개 여부, ZKP 또는 머클트리 기반의 프라이버시 보호 체계, 위기 시 유동성 대응 정책 공개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투명성 신뢰에는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 PoR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지 목적지는 아니다.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부채 및 대출 노출, 거래 상대 위험 등 자체적인 시스템 전반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통합하는 지급 능력 증명 체계다. 이는 단순한 PoR을 넘어서, 거래소의 생존력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보호와 산업 성숙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준비금 증명은 거래소 간의 단순 경쟁을 넘어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되고 있다. 수치나 약속이 아닌 증명 가능한 투명성을 제공하는 거래소가 사용자에게 선택받는 시대, PoR은 그 중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