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헬스케어 시대'… 스타트업 투자 9,500억 원 돌파

| 김민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 시장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관심 역시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2025년 현재까지 반려동물 및 수의학 관련 스타트업에 투입된 자금은 6억 6,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급 사료 혹은 장난감 정도로 한정됐던 반려동물 시장이 이제는 첨단 의료기술과 헬스케어까지 아우르고 있다. 강아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CBD 간식, 수의사와의 원격 진료 서비스, 맞춤형 사료 배송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재생 치료와 암 면역치료, 고양이의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 등 하이엔드 의료 기술 분야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은 그 어떤 소비 지표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있는 가정보다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의 수가 두 배에 달하며, 이들 중 과반이 반려동물을 위해 본인의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올해 미국 내에서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1,570억 달러(약 2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50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소비 흐름을 면밀히 추적해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펫스크리닝(PetScreening)은 반려동물 보유 세입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8,000만 달러(약 1,150억 원)를 유치하며 올해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정기 구독형 수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던 애니멀(Modern Animal)도 4,600만 달러(약 660억 원)를 확보했고, 뉴욕의 스몰 도어 베터러너리(Small Door Veterinary)는 채무와 지분 투자 합산으로 5,500만 달러(약 790억 원)를 조달했다.

반려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수명 연장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로열(Loyal)은 올해 2,200만 달러(약 32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비만 반려동물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오카바 파마슈티컬스(Okava Pharmaceuticals)는 GLP-1 유사 식욕억제제를 반려동물용 주사제로 개발 중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려동물 관련 지출 감소를 예상하기 어렵다. 치료의 고도화뿐 아니라, 고급 반려견 간식, 애견 전용 아이스크림, 휴가철 맞춤형 캘린더 같은 프리미엄 상품군까지 소비자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환경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성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한층 정교해진 만큼, 해당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