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외나 강남을 돌며 상장 브로커를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다. 당신 손으로 공들여 키운 자식 같은 코인을 도살장으로 밀어 넣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년 전, 2021년의 뜨거웠던 불장(Bull run)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중앙화 거래소(CEX) 상장은 곧 ‘졸업’을 의미했다. 상장 소식만 들려도 가격이 수직 상승하던 그 시절, ‘상장 빔’은 투자자와 재단 모두에게 달콤한 마약이었다. 하지만 2025년을 맞이한 지금, 잔치는 끝났다. 우리 앞에 놓인 성적표는 차갑다 못해 참혹하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토큰포스트가 분석한 2025년 1월 1일 이후 상장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거래소들의 상장 후 수익률(ROI) 지표는 충격적이다. 글로벌 1위라는 바이낸스조차 상장 후 수익률 중앙값은 고작 0.15배~0.25배 수준에 불과하다. 100만 원을 넣으면 15만 원에서 25만 원만 남는다는 얘기다. 국내 투자자들이 ‘철옹성’이라 믿는 업비트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지만 0.27배~0.32배 수준이다. 게이트아이오(0.06배)나 쿠코인 같은 해외 거래소들은 사실상 코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소각장에 가깝다. 전체 평균 0.13배라는 수치는 지금의 상장이 프로젝트를 위한 축포가 아니라, 사실상의 ‘사형 선고’임을 방증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는 불편한 진실, 즉 ‘상장의 경제학’을 직시해야 한다. 겉으로는 ‘유동성 공급’과 ‘마케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프로젝트의 가치를 ‘추출’해가는 포식자적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문턱을 넘기 위해 재단이 치러야 할 대가는 가혹하다. 통상 전체 발행량의 5~12%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상장 초기 ‘마케팅’ 명목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 물량은 고스란히 어디로 향하는가? 상장과 동시에 쏟아지는 매도 폭탄이 되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초기 투자자와 내부자들에게 상장은 프로젝트의 비전을 실현하는 시작점이 아니라, 개미들에게 물량을 넘기고 떠나는 ‘설거지(Exit)’ 타이밍일 뿐이다. 그 결과 개인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눈물을 흘리고, 프로젝트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잊혀 간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국내 ‘김치 코인’ 프로젝트들은 업비트, 빗썸 상장에 목을 맨다. 기술 개발보다 상장 줄 대기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거래소 상장이 사업의 목표가 되어버린 기형적인 구조, 이것이 한국 코인 시장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번 사이클에서 진짜 승리한 프로젝트들을 보라. 그들은 화려한 CEX 상장 파티를 거부했다. 대신 탈중앙화 거래소(DEX)라는 야생에서 먼저 맷집을 키웠다. 인위적인 펌핑 없이 커뮤니티의 찐팬들을 모으고, 바닥부터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한 뒤에야 메이저 무대에 올랐다. ‘선(先)상장 후(後)개발’이라는 K-코인의 낡은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내 거래소와 규제 당국에도 묻고 싶다. 수익률 0.27배라는 성적표를 들고 투자자 보호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거래소가 유망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상장비와 수수료만 챙기는 ‘카지노 하우스’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규제 당국 역시 상장 폐지 기준만 들이댈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불공정한 물량 떠넘기기가 가능한 상장 구조 자체를 메스 들어야 한다.
빌더들에게 고한다. CEX 상장은 더 이상 훈장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장은 당신의 프로젝트를 죽이는 독이 든 성배다. 0.13배라는 희박한 확률의 도박판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거칠더라도 덱스(DEX)라는 광야에서 자생력을 증명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명심하라. 시장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 당신의 코인이 거래소 전광판에 불이 켜지는 순간, 그것이 축제가 될지 장례식이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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