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칼럼] "안전자산의 배신"… 당신의 돈은 더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

| 권성민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산이 내 계좌를 녹이고 있다면, 투자자는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까?

최근 금융 시장의 판이 뒤집히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축'으로 공식 인정하는 보고서를 내놨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위험 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장기 국채(TLT)가 지난 5년 동안 약 40%나 폭락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두 사건은 별개의 뉴스가 아니다. "기존의 안전 자산 공식은 깨졌으며, 이제는 돈을 불리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시장의 거대한 시그널이다.

■ '안전 자산'의 역설: 국채와 예금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목돈은 미국 국채에, 비상금은 은행 예적금에"라는 조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지난 5년은 이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증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동성 앞에서 미 국채(TLT)는 지난 12개월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5년 누적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 / Tradingview

은행 예금도 마찬가지다. 물가는 오르는데 이자는 쥐꼬리만한 '마이너스 실질 금리' 시대에, 단순히 원화를 은행에 묶어두는 건 서서히 가난해지기를 선택하는 것과 다름없다. 레거시(전통) 금융 시스템이 더 이상 실질적인 수익(Real Yield)을 주지 못하는 지금, 그 빈틈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크립토와 핀테크가 결합된 새로운 '머니 무브'다.

■ IMF가 공인한 '디지털 달러'의 부상

IMF의 최신 보고서(Understanding Stablecoins)는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비트코인을 넘어선 '국경 간 결제의 주류'가 되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2024년 기준, USDT와 USDC의 국경 간 자금 흐름은 1조 5천억 달러(약 2,100조 원)를 넘어섰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97%가 '미국 달러' 기반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미 은행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디지털 달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이 디지털 달러를 단순히 송금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국채나 예금을 대체할 '현금 흐름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현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크립토: 3가지 실전 전략

전통적인 저축 계좌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크립토 생태계가 제공하는 도구를 이용해 내 자산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제시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달러 파킹통장' (스테이블코인 리워드)이다.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나 핀테크 플랫폼에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시중 은행의 외화 예금보다 높은 연 수익률(APY)을 기대할 수 있다. 변동성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달러 기반의 현금 흐름을 만드는 가장 쉬운 진입점이다.

둘째, '디지털 건물주' 되기 (스테이킹)이다.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의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고 그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는 주식의 배당금과 유사하지만, 내가 보유한 자산이 네트워크를 위해 직접 일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능동적이다. 자산을 묵혀두지 않고 '복리'로 불리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셋째, '은행의 몫을 내가 챙기기' (DeFi 랜딩)다.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없애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직접 대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모포(Morpho), 에이브(Aave) 같은 프로토콜을 통해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빌려주고, 은행이 가져가던 예대마진(이자 수익)을 직접 챙긴다. 물론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 등을 공부해야 하지만, 5~6%를 상회하는 수익률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 당신의 돈은 쉴 자격이 없다

전통 금융 시장의 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리의 구매력을 위협하고 있다. 국채 가격이 40%씩 녹아내리는 시대에, 과거의 '안전한 포트폴리오'는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IMF는 스테이블코인이 이제 거시경제의 변수가 되었다고 경고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스테이블코인과 온체인 금융이 그만큼 견고한 '실체'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현금은 결코 암호화폐보다 열심히 일할 수 없다. 이제는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과거의 유물인 '통장' 속에 잠들어 있는지, 아니면 24시간 돌아가는 미래의 금융 위에서 치열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