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금융 시대를 향한 디파이와 전통금융의 협력의 현황과 전략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6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디파이와 전통금융의 협력과 확장 전략,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의 비전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해시드오픈리서치, 코다, 해시드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솔라나재단, 인젝티브, 액셀라, 레드스톤, 마이든이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전통 금융권이 모여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의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다.
행사는 조진석 코다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조진석 대표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역할 분담과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통 금융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운영과 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라며 “디파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영역을 전통 금융이 담당하면서 시장을 함께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 은행 앱의 가상자산 거래, 비트코인 ETF 옵션 거래 지원과 서클, 리플, 비트고 등 신탁인가 취득을 통한 전통 금융권 진입 등을 언급하며 “양측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다 대표는 “전통 금융은 디파이를 외부의 실험적 영역이 아니라, 스스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전통 금융권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규제가 아직 허용하지 않는 영역이 있더라도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 기회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면서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면서 "전통 금융이 디파이를 카운터파트로 인정하고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행사가 전통 금융과 디파이가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킹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연단에 올라 ‘글로벌 디파이 트렌드와 제도권 연계 인프라’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현재 금융 시스템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속도에 맞춰 설계돼 있는지 질문해볼 수 있다”며 “이러한 간극이 바로 블록체인과 디파이가 등장한 이유이자 우리가 마주한 기회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금융 인프라를 20세기 금융을 21세기 경제에 적용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는 이미 24시간 작동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금융은 여전히 영업시간에 묶여 있고 결제는 T+1이나 T+2에 의존하며 국경 간 거래에서는 높은 비용과 지연이 발생한다”며 “이는 현재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과거에 설계된 금융 인프라가 디지털 산업 위에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얹혀진 구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금융이 구조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상호 의존적이고 통합된 단일 레이어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 레이어를 새로운 인프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과 크립토 시장이 전통 금융과 결합해 더 큰 자본 풀로 확장하려는 흐름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ETF 시장을 꼽았다. 그는 “ETF 편입을 계기로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관 자금 유입의 상징적 사례로는 하버드대학 기금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장기 성과가 뛰어난 기관인 하버드 엔도우먼트의 주요 투자 자산 가운데 비트코인 ETF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마이크로스프트가 뒤를 잇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를 다른 엔도우먼트와 패밀리오피스, 기관 투자자들이 이를 뒤따르게 될 것이며 금리, 엔캐리 문제가 해소되는 내년에는 더 많은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편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화로 블랙록의 스테이킹 ETF 신청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ETF가 빠르면 올해 또는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미국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면서 “스테이킹 수익을 담은 ETF가 출시되는 것은 가상자산 수익 창출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더리움은 기본 스테이킹만으로도 약 2.5% 수준의 연간 수익률을 제공하며 리스테이킹이나 MEV 등을 결합할 경우 6~7%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지만 가상자산은 일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블랙록의 스테이킹 ETF가 이를 뒤집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DAT의 등장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비트코인만 보유하는 기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솔라나 등 다양한 자산까지 포함하는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기업, DAT가 등장하고 있다”며 “스트래티지는 단순한 비트코인 보유 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과 채권·일드 상품을 결합한 복합 전략으로 나스닥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MSCI 지수 편입 여부 이슈로 인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노이즈는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이 전통 자산군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해시드 대표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미국 규제 환경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클과 리플은 연방 신탁은행 면허를 예비 승인받았고, 피델리티와 비트고 등도 주 면허를 연방 면허로 격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전통 펀드나 은행에서 가상자산을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 여전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제품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그 다음으로는 RWA를 꼽았다. 그는 “RWA는 전통 금융기관 입장에서 기존 거래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토큰화해도 손해가 없고, 오히려 유동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채택 국면을 지나면 내년부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WA 가운데서는 국채와 신용 자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자재 등으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연평균 105%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성장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미국 재무당국은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현재의 약 8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2030년까지 15~20배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의 결합 등 새로운 변화가 스테이블코인 흐름을 가속하는 가운데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 기업들도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만들고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강조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기존 카드 수수료 기반 모델을 위협하는 동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점을 이들 기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서준 대표는 자체 개발한 이더리움 평가 분석 사이트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이더리움이 내재 가치가 없다는 인식은 잘못된 오해"라며 "이더리움은 스테이킹을 통해 연 2.5% 수준의 일드를 창출하고 있으며, 탈중앙화된 월드 컴퓨터이자 글로벌 정산 레이어로서 명확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더리움의 가치를 12가지 밸류에이션 모델로 평가하는 분석 플랫폼 ETHval을 공개했다. TVL, 스테이킹 희소성, 메트칼프 법칙, 현금흐름 할인법(DCF), 결제 레이어로서의 정산 규모 등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가치를 산출할 수 있으며 이는 가상자산도 전통 금융 자산처럼 가치 평가가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수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살아남은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이자 자산 관리 플랫폼”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수수료 기반 네트워크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 RWA 등 대규모 자산이 올라가는 크립토 네오뱅크형 인프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행사에서는 ‘온체인 혁신이 여는 제도권 파트너십’과 ‘제도권의 시선 - 디파이 활용과 리스크 관리’ 등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솔라나 재단의 스캇 리 한국 대표가 제도권 파트너와의 협업 사례를 공유한다. 이어 아바랩스의 저스틴 김 아시아 대표가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대응 경험을 주제로 발표한다. 인젝티브의 앤드류 강 한국 총괄은 온체인 금융상품 설계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해시드오픈리서치 김에스더가 좌장을 맡아 액셀라의 트레비스 안 사업개발 총괄, 레드스톤의 데이비드 구 사업개발 총괄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두 번째 세션은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의 필립 건트 아시아 정책 파트너십 담당자의 발표로 시작된다. 필립 건트는 글로벌 트렌드와 디파이 프로젝트에 요구되는 기준을 중심으로 제도권의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어 메리츠증권 강병하 상무가 기관 투자 관점에서의 디파이와 실물자산토큰화(RWA) 활용 방안을 논한다. 미래에셋증권 임민호 선임매니저는 기관용 디파이 사례와 제도권 편입을 가르는 핵심 허들에 대해 발표한다. 아울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박종백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신한투자증권 이세일 부장 및 세 발표자가 함께 패널 토론을 진행하며 제도·법률적 쟁점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김용구 해시드오픈리서치 CSO의 마무리 멘트로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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