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기관의 디파이(DeFi) 및 온체인 진입을 둘러싼 핵심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라는 진단이 나왔다.
12월 16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파이와 전통금융의 협력과 확장 전략,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의 비전’ 행사에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기관의 디파이 활용은 신뢰 가능한 가격 데이터, 자산 통제 기능, 규제 친화적 상호운용성 인프라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시드오픈리서치 김에스더가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았으며 액셀라의 트레비스 안 사업개발 총괄, 레드스톤의 데이비드 구 사업개발 총괄이 패널로 자리해 기관 관점에서 디파이 통합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인프라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눴다.
엑셀라는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브릿지 솔루션, 기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한 다양한 POC를 진행하고 있는 솔루션이다. 레드스톤은 비표준 자산의 가격 정보가 필요한 디파이 생태계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미들 에이어 솔루션 기업이다.
좌장은 첫 질문으로 “전통 금융기관들이 오랜 기간 금융 생태계를 지탱해왔는데 왜 2025년을 전후로 규제 관할과 기관들이 갑자기 디파이에 주목하고 있는가(Why DeFi)”를 던졌다.
레드스톤의 구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이자 생성 자산(Yield Bearing Asset)’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디파이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진화를 배경으로 꼽았다.
엑셀라의 안 총괄은 기관이 블록체인과 디파이 상품을 검토하는 이유로 ▲실시간 정산 속도 ▲추가적인 결제·송금 인프라 구축 없이 가능한 글로벌 확장성 ▲프라이빗 체인과 퍼블릭 체인을 결합한 새로운 디파이 모델 발굴을 제시했다. 특히 세 번째 요소를 강조하며 “기관은 기존 폐쇄형 시스템을 통해 정확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왔는데, 이를 프라이빗 체인에서 구현하고 퍼블릭 체인 디파이와 연동하면 추가적인 상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익 기회를 빠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좌장은 “전통 금융기관이 단순히 디파이 상품을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운영 레이어에서 디파이 프로토콜을 도입한다면 오라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오라클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레드스톤은 “기관 입장에서 디파이 통합은 본질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기관은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가장 보수적이고 안전한 방식의 투자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관 자금은 주로 머니마켓펀드(MMF), 비들(BUIDL) 펀드, 아크레드(ACRED) 펀드 등 보수적인 구조의 상품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펀드에 투자해 수익증권 형태의 토큰을 받은 뒤, 이를 다시 디파이 프로토콜에 활용하는 결정이 기관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구 총괄은 디파이 프로토콜에 표시되는 APY(수익률) 수치가 어디에서 산출됐는지, 얼마나 신뢰 가능한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이 연계되는 구조에서는 비표준 자산의 가격과 수익 데이터를 함께 검증해야 하지만, 이를 판단할 기준점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디파이와 전통 금융이 만나는 영역에는 다양한 비표준 자산이 교차하게 되며, 이때 신뢰할 수 있는 가격 데이터 오라클이 있어야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서만 기관 투자자들이 디파이 연계 상품의 리스크를 평가하고 안심하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프라이빗 체인 중심의 분절된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엑셀라는 JP모건의 프라이빗 체인과 퍼블릭 체인을 연결해 토큰화 펀드를 연동하고 포트폴리오를 자동화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기관용 상호운용성은 기존 디파이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토큰화 펀드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퍼블릭 체인과 연계하면서도 KYC, AML, KYC(기업 확인), KYT(거래 추적) 등 기관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엑셀라는 자산 이동과 메시징 검증 기능을 통해 기관이 ‘리모컨’처럼 자산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들과도 관련 POC를 진행 중이다.
엑셀라는 특히 브릿지 해킹 사례가 빈번했던 점을 언급하며 신뢰 가능한 상호운용성 솔루션 선택이 기관용 디지털 자산 상품의 생명 주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동결, 블랙리스트 관리, 이상 거래 대응 등은 GMP 메시징 프로토콜을 통해 멀티체인 환경에서 일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드스톤은 최근 대규모 청산 사태 역시 오라클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디파이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자산 표준으로 정의할 수 없는 비표준 자산이 급증했고 이에 맞는 맞춤형 가격 데이터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확하고 지연 없는 가격 데이터는 디파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2026년을 바라보는 관점도 공유됐다. 엑셀라는 STO가 프라이빗 체인에 머무르기보다는 퍼블릭 체인과 결합해 글로벌 유동성과 만나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며 국회에서 이런 부분을 더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드스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기관 온체인 진입의 핵심 아젠다가 돼야 한다면서 투자 상품 설계와 디파이 연계를 위한 기본 인프라로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행사는 디파이와 전통금융이 대립 구도를 넘어 협력과 결합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을 조망한다. 글로벌 메인넷과 디파이 프로젝트, 금융기관, 정책·법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혁신과 제도권의 요구를 함께 논의하며 현실이 된 하이브리드 금융으로의 전환 흐름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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