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 하이브리드금융] GBBC 아시아정책 담당자 “디파이 제도화, 글로벌 공통 기준과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가 관건”

| 하이레 기자

필립 건트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아시아 정책 파트너십 담당자는 12월 16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파이와 전통금융의 협력과 확장 전략,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의 비전’ 행사에서 ‘글로벌 트렌드 및 디파이 프로젝트 요구 기준’을 주제로 발표하며 디파이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적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성과와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유했다.

GBBC는 2017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산업 협의체로, 현재 500곳 이상의 글로벌 기관 회원과 200명 이상의 앰배서더가 참여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 기술과 거버넌스의 결합을 핵심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정책 파트너십 담당자는 “GBBC에 금융기관, 커스터디 업체, 거래소, 레이어1·레이어2 네트워크, 디파이 프로토콜뿐 아니라 규제 당국, 중앙은행, 국가 정부 등이 참여한다”면서 “산업과 규제 양측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 자체가 GBBC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필립 건트는 GBBC가 최근 수개월간 회원사들과 협력해 발간한 두 가지 핵심 자료로 ▲글로벌 표준 매핑 이니셔티브(GSMI) 6.0 디파이 워킹그룹 보고서 ▲자본시장 리스크 완화 프레임워크(Capital Markets Risk Mitigation Framework)를 소개하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시장 구조 설계에 참고 자료로 활용해달라고 제안했다.

GSMI는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장기 프로젝트로, 전 세계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입법·표준 동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각국의 규제 프레임을 비교·분석한 ‘규제·입법 맵(Regulatory and Legislative Map)’은 글로벌 정책 논의의 기준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건트는 “이 프로젝트는 KAIST 교수진과 연구진, 한국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초기 버전이 만들어질 만큼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공개된 GSMI 6.0 디파이 워킹그룹 보고서는 디파이 전반이 아닌 ‘디파이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보고서는 규제 거버넌스와 DAO 거버넌스로 구분해 분석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크립토 태스크포스의 공개 질의와 주요 의견 제출 자료를 기반으로 정책적 쟁점을 도출했다. 공동 의장은 아바랩스(Ava Labs), 글로벌 로펌의 핀테크·블록체인 팀, 디파이 프로토콜 관계자가 맡았다.

보고서는 ▲명확하고 조화된 규제 프레임워크 수립 ▲토큰화 및 통제 기준 정의 ▲탈중앙화 판단 기준 마련 ▲커스터디·결제·거래 규칙의 제도 적응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법·사적 법체계 강화 ▲DAO 거버넌스의 책임성과 보안·AML·프라이버시 보호형 컴플라이언스 내재화를 주요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건트는 “이 권고안은 단일 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광범위한 글로벌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거쳐 형성된 결과물”이라며 “특히 ‘충분한 탈중앙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디파이 활동과 토큰은 법적으로 어떻게 분류돼야 하는가’, ‘스마트컨트랙트의 법적 지위와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는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규 프로젝트인 자본시장 리스크 완화 프레임워크는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할 때 발생하는 비재무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식별·관리하기 위한 산업 주도형 가이드라인이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허가형·비허가형 퍼블릭 블록체인 모두를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돼 온 ORX 비재무 리스크 분류 방법론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건트는 “새로운 기준을 발명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국제 프레임워크를 디지털 자산 환경에 맞게 확장·보완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소한의 공통 기준과 실행 가능한 권고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글로벌 산업 공동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GBBC의 연구와 정책 제안은 단발성이 아닌 반복적·진화적 과정”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이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디파이와 전통금융이 대립 구도를 넘어 협력과 결합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을 조망한다. 글로벌 메인넷과 디파이 프로젝트, 금융기관, 정책·법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혁신과 제도권의 요구를 함께 논의하며 현실이 된 하이브리드 금융으로의 전환 흐름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