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가상자산 현물·파생상품 검토 중”…멕시벤처스, 기관 진입 본격화 분석

| 이도현 기자

글로벌 크립토 투자사 멕시벤처스(MEXC Ventures)의 리서치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가 대형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통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접근 전략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의 중심 포트폴리오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이정표로 풀이된다.

JP모건의 상품 검토 시점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에 대한 대응을 넘어선다. 멕시벤처스는 이번 결정이 기관 고객층 사이에서 가상자산을 리테일 수준의 투기성 자산이 아닌 ‘규제 환경 내 운용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흐름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이 기존 리스크 통제 시스템 내에 가상자산을 통합하려 하는 가운데,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 수익률이 아닌 거래 신뢰성과 투명한 감독 체계다. 거래 인프라와 수탁, 결제 시스템을 기존 금융 시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갖춰야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파생상품뿐만 아니라 현물 거래 서비스도 동시에 검토 중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단일 자산군이 아닌, 전통 금융의 운영 틀 속에서 일관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다. 현물 부문에서는 거래소가 아닌 은행을 통한 직접 거래가 상대 리스크를 대폭 줄이며 자산 보유 측면에서 기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다. 한편 파생상품 부문은 가격 변동성에 대한 헷징 수단을 제공하고, 외환·원자재 시장에서 축적된 정교한 투자 전략을 디지털 자산 분야로 끌어올 수 있게 한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이러한 서비스가 모두 규제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리서치를 진행한 멕시벤처스는 JP모건의 검토 배경에는 ‘규제 준수 기반의 가상자산 제공’이라는 원칙이 있으며, 제도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려는 시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규제 영역 밖에서 흘러가는 유동성보다는, 감독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지속가능한 자산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관의 장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JP모건의 행보는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규제권 내 은행 채널로 유동성이 이동하게 되면 리테일 중심의 가상자산 시장은 점차 기관 주도의 안정된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JP모건의 사례는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에도 강력한 자극이 되어, 가상자산의 제도권 통합 속도를 전체 금융 시스템 차원에서 촉진시키는 ‘스필오버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은 존재한다. 특히 법적 리스크와 기술적 통합에 따른 운영상의 제약이 여전하다. JP모건은 이를 고려해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시장 진입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 파일럿 형태의 파생상품 서비스로 시작해, 둘째로 수탁 관리 및 리스크 프레임워크를 갖춘 현물 거래로 확대하며, 향후 규제가 뒷받침될 경우 은행의 기존 서비스와 나란히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가상자산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것이다.

멕시벤처스는 JP모건의 접근을 ‘조기 진입보다 규제 적합성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평가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이는 가상자산이 더 이상 전통 금융의 외벽에 위치한 실험 대상이 아닌, 관리 가능한 금융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