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디지털 자산 시장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비트코인(BTC)이 꿈의 가격인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슈퍼 사이클'의 정점을 찍었으나, 거시경제(Macro)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단 하루 만에 시장이 붕괴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과 한국의 제도적 기틀이 완성되는 '성장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지는 2025년 디지털 자산 시장을 관통한 10대 주요 뉴스를 정리했다.
1. 비트코인 $126K 터치 후 ‘10월 10일 쇼크’… 롱 포지션 26조 증발
10월 초,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기록적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BTC 가격은 12만 6천 달러(약 1억 7600만 원)를 돌파했다. 반감기 효과가 뒤늦게 폭발하며 2억 원 돌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세 100% 부과" 선언은 시장의 '블랙스완'이 되었다.
단순한 하락이 아니었다. 상승장에 취해 극도로 쌓여있던 고배율 레버리지(롱 포지션)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단 24시간 만에 약 190억 달러(약 26조 원)가 강제 청산되었으며, 이는 2022년 루나 사태나 FTX 파산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사건은 '매크로(거시경제)'가 크립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2.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확정… 투자자 보호가 우선
한국 시장의 최대 뇌관이었던 소득세 과세 이슈가 극적으로 봉합됐다. 당초 2025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과세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2027년까지 2년 유예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됐다.
유예의 핵심 명분은 '조세 인프라 미비'와 '투자자 보호 제도 정착'이었다. 특히 금투세 폐지 논의와 맞물려 "가상자산에만 징벌적 과세를 할 수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이 결정으로 연말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은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27년 시행을 앞두고 해외 거래소로의 이탈을 막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3. 리플(XRP), 5년 족쇄 풀고 비상… SEC 항소 포기로 ‘완전한 승리’
리플(XRP)을 짓누르던 '증권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랩스는 양측 모두 항소를 포기하며 2020년부터 이어진 법적 공방을 마무리했다. 법원은 "거래소를 통한 XRP 판매는 증권이 아니다"라는 1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유독 높은 리플의 승소는 국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승소 직후 XRP 가격은 전고점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으며, 리플 랩스는 본격적인 IPO(기업공개) 준비와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에 나서며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있다.
4. 바이비트(Bybit) 14억 달러 해킹… CEX ‘콜드 월렛’ 중요성 부각
글로벌 Top 3 파생상품 거래소인 바이비트에서 핫월렛 개인키가 탈취되어 약 14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커들은 믹싱 서비스 등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려 했으나, 전 세계 거래소들의 공조로 일부 자금은 동결됐다.
바이비트 측은 자체 준비금을 통해 사용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하며 뱅크런을 막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키가 없으면 코인도 없다(Not your keys, not your coins)"는 격언을 다시금 상기시켰고, 국내에서도 렛저(Ledger) 등 하드웨어 월렛 판매량이 급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5. 바이낸스발 ‘LST 디페깅’ 사태… 디파이(DeFi)의 구조적 취약점 노출
10월 폭락 장 당시,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에서 담보로 활용되던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인 'BNSOL', 'wbETH' 등의 가격 연동(Peg)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급락하는 시장가격을 오라클(Oracle)이 제때 반영하지 못하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게 거래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담보 비율을 유지하던 포지션까지 강제 청산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바이낸스는 시스템 오류를 인정하고 4천억 원 규모의 보상을 진행했으나, 파생상품 시장과 결합된 디파이 자산의 복잡성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6. 美 ‘GENIUS 법(스테이블코인법)’ 발효… 월가 진입의 고속도로 개통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발의한 'GENIUS 법(Stablecoin Act)'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됐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급준비금 요건을 명확히 하고, 이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회색 지대'에 있던 테더(USDT)와 서클(USDC)이 미 은행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신뢰를 얻게 된 사건이다. 이는 JP모건, 블랙록 등 전통 금융기관(TradFi)이 법적 리스크 없이 암호화폐 결제 및 수탁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제도적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7. 위믹스(WEMIX), 재상장 1년 만에 또다시 거래지원 종료
국내 P2E(Play to Earn)의 선두주자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닥사(DAXA) 소속 주요 거래소에서 재차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유통량 이슈에 이은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위메이드 측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으나 법원은 거래소의 자율 규제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특정 '김치 코인'의 몰락을 넘어, 국내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퇴출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8.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 BTC 발행량 3% 독점… ‘비트코인 본위제’ 실험
사명을 'Strategy'로 변경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올해도 비트코인 매집을 멈추지 않았다.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 비트코인 총발행량의 3%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주가가 비트코인 상승률을 상회했다는 것이다. 시장은 Strategy를 사실상의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성공은 테슬라, 블록 등 다른 기업들의 비트코인 재무 자산 편입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9.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첫 철퇴… 시세 조종 세력 구속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첫 처벌 사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시세 조종(MM)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하고 개미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긴 세력을 적발, 수십억 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과거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이었던 관행이 깨지면서, 시장 내부의 자정 작용이 강화됐다. 잡코인들의 상장 폐지가 이어지며 시장 건전성이 높아지는 과도기적 현상이 뚜렷했다.
10. 알트코인 현물 ETF 시대… 솔라나·리플 등 상품 다각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9월경 미 SEC는 솔라나(SOL), 리플(XRP)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상장 신청을 예비 승인했다. 겐슬러 위원장 사퇴 이후 바뀐 SEC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비트코인에 집중되었던 기관 자금이 알트코인 시장으로 낙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2026년,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실사용’ 확대 예상
2025년이 디지털 자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는 시기였다면, 2026년은 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활용 사례(Use Case)가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스테이블코인법 시행으로 인해 국경 간 결제 및 기업 간 송금 분야에서 블록체인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2024년 말 결정된 과세 유예 조치로 인해 2027년까지는 규제 리스크가 완화된 상태"라며 "이 기간 동안 법인 계좌 허용 등 구체적인 진입 규제가 마련된다면, 2026년에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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