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지표' 다시 뜬다… 기술주도 자본 효율성 시험대 올라

| 연합뉴스

워런 버핏이 강조해온 '자본 효율성' 개념이 최근 미국 증시, 특히 기술주 흐름에서 주요 해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자본 효율성이란 말 그대로 사업에 투입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수치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본이익률(ROA), 투하자본이익률(ROIC) 등이 있다. 버핏은 일찍부터 이 지표들을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왔으며, 투자자들에게도 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핵심은 단순한 이익 규모가 아니라, 투입된 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수익을 냈느냐에 있다.

버핏이 중시한 것은 적은 자본으로도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대표적으로 그는 1972년 초콜릿 제조업체 씨즈캔디를 2천5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당시 이 회사는 단 800만 달러의 운용 자본으로 매년 500만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이후 35년간 추가로 투입된 자본은 3천2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누적 세전이익은 약 13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버핏이 추구한 ‘가성비 높은 투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와 같은 자본 효율성 중심의 경영 전략은 최근 10여년간 미국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이기도 했다. 동일한 기간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 소속 기업들의 평균 ROE는 15%를 넘긴 데 반해, 한국 코스피 기업들은 7%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애플처럼 자기자본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확대해 ROE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애플의 2025 회계연도 ROE는 무려 171%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에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장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오라클은 최근 몇 년 동안 주주환원을 줄이고 설비투자를 크게 늘렸고, 메타는 2025년 10월 말 30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움직임이다.

AI 산업은 장기적으로 유망하지만, 투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시장은 이들 기업의 실적과 자본 효율성에 더 엄격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이익보다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움직일 수 있으나, 결국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자본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가 다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술 기업의 투자 전략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 자체를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성장성 못지않게, 버핏이 강조했듯 적정 규모의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자본 효율적인' 기업에 대한 선호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