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돈의 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를 기술이 아닌 금융 구조와 정책 선택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토큰포스트 북클럽 연재의 세 번째 글이다. [편집자주]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에는 왜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는가.
기술이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제 인프라를 갖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력도 뒤처지지 않는다. 수요 역시 존재한다. 이미 많은 개인과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돈의 판』에서 저자 김동환 대니월드 대표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중앙은행, 시중은행, 결제망이 정교하게 연결된 완성형 구조에 가깝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지만, 새로운 플레이어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은행이 담당하던 지급결제 기능을 민간이 일부 가져오고, 중앙은행의 통화 관리 영역과도 겹친다. 누군가에게는 혁신이지만, 기존 시스템 입장에서는 역할 중복이자 권한 침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논의는 언제나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누가 발행할 것인가.”
은행이 발행하면 은행 예금과 다를 바 없고, 비은행이 발행하면 규제 공백이 생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면 그것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CBDC다. 어느 쪽도 기존 질서를 크게 흔들지 않는 해답은 없다.
이 딜레마가 정책 결정을 늦춘다.
또 하나의 현실적 이유는 한국 금융 시장의 높은 신뢰도다. 불편함이 없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계좌 이체는 빠르고, 카드 결제는 편리하다. 일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편익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 판단이 국내에만 국한된 시선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국경을 넘는 순간 드러난다. 해외 송금, 글로벌 정산, 디지털 자산 거래 영역에서는 원화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채우고 있다. 한국 경제는 원화를 쓰지만, 디지털 경제의 연결부에서는 달러가 기준이 된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통화는 쓰이지 않는 순간, 영향력을 잃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미루는 선택은 안전해 보이지만, 동시에 선택지를 줄이는 결정이기도 하다. 기술 경쟁이 아니라 통화 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만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서 드러난다.
저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도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영역을 포기하게 되는가를. 글로벌 결제, 디지털 무역, 웹 기반 금융 서비스에서 원화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질 수 있다.
이제 논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민간의 스테이블코인과 국가의 디지털 화폐는 경쟁 관계일까.
다음 연재에서는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다룬다. 국가의 통화와 민간의 화폐가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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