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칼럼] '붉은 말'의 해 2026, 이재명 정부는 AI 패권 전쟁의 고삐를 쥘 준비가 되었나

| 정원훈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말은 속도와 역동성의 상징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AI 산업은 그 어떤 말보다 빠르게 질주하며 기존의 질서를 짓밟고 있다. 클라우드 제국의 견고했던 성벽이 흔들리고, 규제가 오히려 무기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작금의 AI 시장을 'HORSE'라는 다섯 글자로 요약하며,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생존을 넘어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자 한다.

하이브리드(Hybrid)와 온디바이스(On-Device): 클라우드 독재의 종말

2025년까지 우리는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이 내려주는 API에 의존하며 'AI 식민지'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2026년, 판이 뒤집혔다.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AI(Hybrid AI)가 대세가 되며, 데이터 주권이 다시금 사용자의 손안으로, 즉 디바이스로 돌아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독재'의 종말이자, 온디바이스 혁명(On-Device Revolution)의 시작이다. 애플과 삼성이 자체 칩으로 GPT-4급 성능을 폰에서 돌리는 세상이다. 여기서 묻고 싶다. 정부는 아직도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는 데이터센터 건립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가? 이제는 NPU(신경망처리장치)와 엣지 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국내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하드웨어 강국인 대한민국의 이점을 살려야 할 때다.

규제(Regulation)는 족쇄가 아니라 '품질 보증서'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규제다. 2025년 딥페이크와 저작권 분쟁으로 얼룩진 AI 시장에서, 2026년은 '규제가 경쟁력(Regulation is competitiveness)'이 되는 역설의 시대다. 이제 기업 고객은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법을 준수하는가'를 묻는다.

이재명 정부에 고한다. 규제를 단순히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쓰지 마라. 대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정교한 'AI 안전 인증 체계'를 만들어, 한국산 AI 모델이 세계 어디서든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규제가 갈라파고스가 되어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뚫는 '윤리적 품질 보증서'가 되게 만드는 것이 행정의 실력이다.

작고 빠른(Small and Fast) 것이 거대함을 이긴다

'거거익선(Bigger is Better)'의 시대는 갔다. 2026년은 '작지만 똑똑한(Small and Fast)' 모델들의 전성시대다. 1,000개의 전문가 모델 중 필요한 10개만 골라 쓰는 초고도 MoE(Mixture of Experts) 기술과, 10억 파라미터로 초대형 모델의 지식을 압축하는 증류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다. 정부는 무조건적인 '초거대 AI' 육성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경량화 모델(SLM) 개발을 지원하여, 실질적인 산업 적용 사례를 만드는 '실리형 R&D'로 예산을 대폭 전환해야 한다.

생태계 전쟁(Ecosystem war), 플랫폼의 노예가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지금은 기술 경쟁을 넘어 생태계 전쟁(Ecosystem war) 중이다. 구글, MS, 애플은 OS와 하드웨어를 무기로 개발자들을 자사의 영토에 가두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이 각자의 블록을 형성하는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독자 생태계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생태계에 유연하게 '다중 접속'할 수 있도록 외교적,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내 개발자들이 빅테크의 하청업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AI 마켓플레이스에서의 수익 배분 구조 개선과 권리 보호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적토마에 올라탈 것인가, 짓밟힐 것인가

2026년 AI 산업은 하이브리드, 온디바이스, 규제, 소형화, 생태계라는 다섯 마리 말이 끄는 전차와 같다.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이 2026년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의 낡은 규제와 보여주기식 지원책으로는 이 역동적인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 이제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넘어, '국가가 AI 기업들을 위해 어떤 족쇄를 풀어줄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붉은 말의 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패권 전쟁의 선두에 설지, 아니면 낙오자가 되어 말발굽 아래 짓밟힐지는 올해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정원훈 텐에이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