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벤처캐피털이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한 금액은 약 4조 2,000억 달러(약 6,047조 원)에 달하며, 그 결과 거의 10만 개에 이르는 스케일업(Scaleup) 기업이 탄생했다. 이 가운데 7,030개의 기업은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고, 473개 기업은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이른바 '슈퍼 스케일러'로 분류된다. 이 같은 수치는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와 민드 더 브릿지(Mind the Bridge)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5년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서 공개됐다.
보고서 제목은 'AI 폭풍 전야: 글로벌 혁신 생태계 성적표',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 어워즈(Startup Ecosystem Stars Awards)를 기념해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혁신 동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어느 지역이 선도하고 있고, 어떤 국가가 뒤처지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이 다음 유망 지역이 될 수 있는지를 상세히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케일업 기업 97,982개 중 북미가 43%를 차지하며 여전히 가장 강력한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체 스케일업 투자 자금의 절반이 미국과 캐나다로 집중된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27%의 기업 비중과 31%의 투자금 비중을 보이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전체 스케일업의 22%를 차지하지만, 투자금 비중은 13%에 그쳐 기업 수와 자본 모두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는 여전히 글로벌 스타트업 지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상위 단계를 기록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두바이, 상파울루, 이스탄불 정도가 '스타' 혹은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했으며, 그 외 대부분 지역은 초창기 수준인 '스탠드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향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500개 이하의 스타트업 생태계만이 존재했고, '스타 단계'에 이른 도시는 실리콘밸리, 뉴욕, 베이징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스타' 단계에 진입한 생태계는 19곳으로 확대됐고, '스케일업' 단계는 45곳으로 증가했다. 전체 생태계 수도 전 세계적으로 약 900개에 이른다.
그중 유럽의 전진은 눈에 띈다. 스케일업 단계에서 APAC을 추월하며 12개 생태계를 확보했고, 스타트업 및 스탠드업 단계의 총량만 놓고 보면 유럽이 가장 많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유럽이 기반은 넓게 확보했으나, 이 기반이 향후 잠재력으로 폭발할지 혹은 단순한 구조적 분산의 결과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글로벌 생태계의 변화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1,5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중 40~50개는 '스타' 단계에, 90~100개는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적인 벤처 투자자와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담당자들에게 방향성과 경쟁의 복잡성을 동시에 시사하는 예고이기도 하다.
결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전개는 겉으로 보이는 지표보다 훨씬 복잡하며, 변화는 느리지만 뿌리 깊은 힘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제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각 지역의 잠재력은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인가. 혁신의 진짜 '폭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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