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레퍼럴, ‘범죄’와 ‘영업’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권오훈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금융당국의 칼끝이 가상자산 인플루언서들을 겨눴다. 소위 ‘레퍼럴(Referral) 사업자’로 불리는 이들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얼어붙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해외 거래소 가입 링크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던 행위가 하루아침에 징역 5년 이하의 중범죄가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처벌의 법적 근거가 명쾌하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은 레퍼럴 활동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 매도·매수의 중개·알선’으로 해석한다. 거래소 가입을 유도하고 이용자의 거래량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실질적인 중개 영업이라는 논리다. 자금세탁 방지라는 특금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미신고 해외 거래소로 자금을 유인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호가창을 운영하며 매수자와 매도자의 주문을 체결시키는, 즉 ‘거래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자를 상정한다. 반면 레퍼럴 사업자는 이용자를 거래소라는 장(場)으로 안내하는 ‘문지기’ 혹은 ‘확성기’ 역할을 할 뿐이다. 그들은 이용자의 자산을 보관하지도, 매매 주문을 직접 처리하지도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 비유하자면, 레퍼럴 사업자는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분양 대행사’나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생에 가깝다.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을 많이 데려왔다고 해서 그를 ‘무등록 공인중개사’로 처벌할 수 있을까? 가입 권유(마케팅)와 거래 체결(중개)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행정적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 하여 모호한 법 조항을 무리하게 확장 해석해 형사 처벌의 그물망을 넓히는 것은 법치주의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결국 레퍼럴 사업자는 명확한 라이선스 체계가 없기 전에는 처벌할 근거가 부족한 '비범죄' 비즈니스로 볼 수도 있다.

물론 레퍼럴 시장의 부작용을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원금 보장", "무조건 상승" 같은 허위 정보를 미끼로 위험한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로 투자자를 유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약탈적 마케팅’은 분명 근절되어야 한다. 미신고 해외 거래소가 국내법을 무시하고 영업하는 것을 돕고, 그러한 미신고 해외 거래소가 정범으로 처벌 받는다면, 방조범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핵심은 ‘규제의 공백’을 ‘해석’으로 메우려다 보니 무리수가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법제에는 가상자산 마케팅이나 투자 권유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다. 자본시장법에는 증권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펀드나 보험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투자권유대행인’ 제도가 있고, 독일 등 해외에서는 금융상품 단순 소개자(Tippgeber)와 중개업자를 구분해 규율한다. 반면 우리는 “거래소 아니면 불법”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

레퍼럴 사업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음지로 숨어든 마케팅은 텔레그램 비밀방 등을 통해 더욱 은밀하고 위험하게 변질될 것이다. 차라리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자본시장법을 벤치마킹하여 ‘가상자산 투자권유대행인’ 혹은 ‘중개업’ 라이선스를 신설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낡은 법의 잣대로 새로운 현상을 재단하며 범죄자를 양산하기보다, 현실에 맞는 정교한 입법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레퍼럴은 무조건적인 ‘악(惡)’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비즈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