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자산 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암호화폐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비트코인은 안전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방어하지 못하고 급락했다. 반면 금 가격은 5% 이상 급등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전통 자산의 신뢰도를 다시 각인시켰다. 이 사건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디지털 금' 서사에 큰 균열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카이코(Kaiko)의 1월 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관세 발언 이후 비트코인은 단기 급락하며 8만 8,000달러 아래로 후퇴했다. 동시에 금은 온스당 4,7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기간 동안 두 자산 간 상관관계는 급격히 분기했으며, 이는 비트코인이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이상 회피자산이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카이코는 “동일한 시기에 금이 5% 이상 오르고, 비트코인이 5% 가까이 하락한 사실은 상징적”이라고 분석했다.
변동성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과거보다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금이나 주식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비트코인의 연율화 변동성은 30~35%로 안착했지만, 이는 여전히 금(약 15~20%)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치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프레임워크 상에서 BTC가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내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하는 자산이 아니라 보완적 성격을 지닌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금을 병합한 지수인 BOLD는 2025년 약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유일하게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인 토큰도 주목받았다. WLFI(World Liberty Financial)는 트럼프 관련 이슈에 높은 연관성을 지닌 토큰으로, 주요 암호화폐가 급락한 사이 WLFI는 오히려 3~7% 상승하며 분리된 움직임을 나타냈다. 특히 트럼프의 '프레임워크 거래' 발표 직후에는 7.2%까지 급등했다. 이는 토큰 보유자들이 트럼프 발언을 선제적으로 협상 전략으로 파악했거나, 단순히 유동성 부족에 따른 매도압력 회피일 가능성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시장이 가격 급변 과정에서도 구조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1% 오더북 깊이는 BTC 기준 600만~700만 달러 수준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2025년 폭락 당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변동성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거나, 이전과 다른 구조적 포지셔닝이 작동 중임을 시사한다.
다만 더 깊은 문제는 선물시장 구조에 감춰져 있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CME 베이시스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1월 말 CME의 프론트먼스 계약은 -0.3%까지 하락하며, 그간 활성화되었던 기관의 '캐리 트레이드'(현물 매수+선물 공매도)를 청산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고정해왔던 ETF 이후의 기관 수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빡빡해진 오더북, 약화된 유동성, 예측 가능한 수익 감소라는 악순환이 전망된다.
카이코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비트코인 시장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금’이라는 상징이 약화되고, 포지셔닝과 수급이 함께 흔들리며 BTC는 전통 자산 내에서 자리잡은 역할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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