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벤처 투자의 절반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되며 이 부문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실상 다른 스타트업 산업들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았다. AI를 기반으로 하거나 이를 결합한 법률, 로봇, 국방, 사이버보안,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가 AI 덕에 자동화와 효율화를 강화하며 유례없는 투자 유입을 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크런치베이스의 최신 보고서는 이 같은 업계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인 전환임을 시사한다.
먼저 법률테크는 ‘보수적인 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기술 도입에 빠르게 적응해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법률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벤처 자금 유입은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로펌 관리툴인 클리오(Clio)가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200억 원), AI 법률 비서 하비(Harvey)가 총 8억 1,900만 달러(약 1조 1,800억 원)를 유치하는 등 굵직한 투자가 눈에 띈다.
AI의 물리적 적용 영역인 로봇 산업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로봇 분야에 유입된 벤처 자금은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로 전년 대비 70% 급증하며, 2021년의 전고점을 넘어섰다. 특히 제너럴 퍼포스 로봇 개발 업체 피겨(Figure)가 1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휴머노이드 제조사 앱트로닉(Apptronik)이 7억 3,400만 달러(약 10조 5,700억 원)를 조달하며 업계 관심을 끌었다.
국방 기술 분야에도 역대급 자금이 몰렸다. AI 기반 전투 시스템부터 자율 드론, 군용 로봇까지 기술 고도화 흐름에 따라 민관이 동시에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총 투자액은 85억 달러(약 12조 2,400억 원)로 전년의 두 배를 넘었다. 대표적으로 안두릴(Anduril)이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 수중 무인 정찰 보트를 개발하는 사로닉(Saronic)이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유치했다.
사이버보안은 여전히 2021년 고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작년에도 180억 달러(약 25조 9,000억 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지며 업계 3위의 연간 자금 유치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AI 기반 데이터 보안 플랫폼 사이에라(Cyera)가 9억 4,000만 달러(약 13조 5,000억 원), 양자보안 특화 스타트업 퀀티뉴엄(Quantinuum)이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조달했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분야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518억 달러(약 74조 6,000억 원)의 벤처 자금이 몰리며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전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거래 예측 플랫폼인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이 각각 1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21억 5,000만 달러(약 30조 9,600억 원)를 유치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AI가 주인공처럼 조명을 받는 가운데, 관련 기술을 응용하거나 혼합한 다른 산업들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이 이번 데이터로 분명해졌다. 특히 국방과 핀테크처럼 규제가 엄격하거나 복잡한 분야에서도 AI와 결합한 기술력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벤처 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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