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아닌 ‘유통’이 승부처”…보안·법률·블록체인 전문가 진단

| 하이레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이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 신뢰가 깨질 수 있다. 감시 가능한 구조·책임질 수 있는 구조·실제 쓸 수 있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전진우 체이널리시스 상무는 13일 해시드오픈리서치·해시드가 해시드라운지에서 진행한 세미나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널세션 ‘디자이닝 디스트리뷰션(Designing Distribution) -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유통되어야 하는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션은 성석린 해시드오픈리서치 연구원이 좌장을 맡았고, 전진우 체이널리시스 상무,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혁재 베이스 데이비드 이스트아시아 리드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 세션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전 상무는 “신뢰는 발행 단계에서 만들어지지만 시험받는 곳은 유통”이라며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를 평가하고 사전에 차단하며, 거래 추적이 가능한 설계가 일원화되고 사후 보고 체계도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유통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위험을 탐지하고 거래를 차단하고 복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동등하게 가능해야 한다”며 규제 정합성을 유통에서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는 “규제를 적용했을 때 글로벌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도 론칭할 수 있을지 질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혁재 리드는 유통이 효율적으로 모니터링되고 확장되기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상호운용성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등 여러 국가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허용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 인트라넷 구조인 결제 수단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으로 확장성을 가진 프로그래머블 머니인 만큼 퍼블릭 체인이라는 활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 전진우 체이널리시스 상무 / 토큰포스트

두 번째 질문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 사업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요소 세 가지를 짚고, 이 가운데 사용자 경험을 저해할 수 있는 지점과 이를 완화할 현실적 해법을 함께 논의했다.

전 상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기본적인 컴플라이언스 요소로 ▲리스크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거래 전 상대방 위험 평가 ▲거래사업자에 대한 위험 평가를 제시했다.

그는 “모든 위험을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며 “위험하지 않은 일반 거래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고위험 거래에 집중하는 리스크 기반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후 거래에 대한 적발이 아닌 사전에 위험 거래를 탐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며 상대 거래자 개인이 아닌 거래 사업자의 위험을 실시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컴플라이언스 요건이 사용자 경험을 저해할 수는 있지만, 일반 거래에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고위험 거래에 대해서만 검증을 강화하는 리스크 기반 접근을 적용하면 규제와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시장을 보다 성숙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 법무법인 태평양 김효봉 변호사 / 토큰포스트

김효봉 변호사는 사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로 외국환거래법 개정과 실명 입출금 계정 규제를 짚었다.

그는 “외국환거래법 정비가 진행 중이고 기획재정부가 연구용역까지 마친 만큼 조만간 개선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다만 기존 신고제도는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환거래법은 은행이라는 외국환 취급기관을 거쳐야만 송금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중개기관에 접수·심사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사업자가 이러한 역할을 맡게 되고 과도한 서류나 증빙 요구가 발생한다면 사용자 불편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금액 이하 거래에 대해 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실명 입출금 계정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는 일반 은행 계좌로 자금을 받고 코인을 지급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화를 받고 코인을 지급하는 행위가 매매로 분류돼 실명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야 한다”며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두 계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규제를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규제 설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도, 일부 플레이어에 국한될 수도, 거래소 중심으로만 유통돼 유동성에 한계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았던 초기 단계에서 타이트하게 설계된 규제를 어떻게 유연하게 조정하면서도 규제 준수를 유지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글로벌 서비스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엄격하게 규제가 적용돼야 할 유통 단계를 묻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발행과 상환은 엄격하게, 유통은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신뢰를 확보하면서도 시장 혁신을 동시에 이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온램프와 오프램프가 신뢰를 담보하는 핵심 단계”라고 꼽았다. 그는 “프로젝트가 규제 리스크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발행 초기에는 KYC를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 상환 청구권에 있는 만큼 얼마나 신속하고 완전하게 상환이 이뤄지느냐도 신뢰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통은 다양한 서비스가 실험되고 구현되는 구간으로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규제하면 새로운 유스케이스가 나오기 어렵다”며 “금융 안정성과 거시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규제 당국이 일정 부분 공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3일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 박혁재 베이스 데이비드 이스트아시아 리드 / 토큰포스트

박혁재 베이스 데이비드 이스트아시아 리드는 발행 기준에 대해 “엄격한 스탠더드는 필요하다”면서도, 시장 참여 주체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행과 소각 단계에서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은 맞지만 특정 플레이어만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보다는, 명확한 프로토콜을 설계해 다양한 사업자가 그 틀 안에서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리드는 “일본은 자금이동업자도 발행과 소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며 지난해 8월 JPYC라는 스타트업이 라이선스를 취득해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례를 공유했다. 그 “이미 여러 국가에서 규제를 준수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안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 정합성을 고려해야 민간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 해시드오픈리서치 성석린, 전진우 체이널리시스 상무, 법무법인 태평양 김효봉 변호사, 김용구 해시드오픈리서치 최고전략책임자(CSO), 베이스 박혁재 이스트아시아 리드 / 토큰포스트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현실적인 유통 경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전 상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초기에는 유통량 확보와 거래 안정성, 대량 정산을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핵심”이라며 이미 관련 인프라와 인력을 갖추고 있는 거래소가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주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거래소 내부에서만 유통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부로 확산되면 통제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고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에서 외부 송금 전 차단 장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이상 거래 추적 시스템을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며 “각 주체의 책임 범위도 사전에 구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스 이스트아시아 리드는 “초기에는 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유통이 용이할 수 있지만 트래블룰과 거래소 간 프로토콜 등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스 체인에 규제를 준수한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16개가 유통되고 있고 약 43억 달러 규모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면서 “민간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성을 확장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제가 개입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업무계획에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됐다”며 “이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기존 결제 업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논의되는 카드 탑업 방식도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내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유통 확산의 유력한 경로는 이미 지갑을 보유한 페이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의 가장 현실적인 채널을 묻는다면 페이 업자를 통한 확산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