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불 꺼진 방, 책상 위 노트북 화면에는 빨간 봉과 파란 봉이 쉴 새 없이 바뀐다. 투자자는 눈을 떼지 못한다. 이미 몇 번의 하락을 견뎌냈고, 몇 번의 반등도 맞혔다. 그래서 이번에도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리퍼는 위협적인 표정을 짓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다. 낫을 든 손은 조용히 내려와 있다. 이 존재는 공포가 아니라 ‘레버리지’의 상징이다. 수익을 두 배, 세 배로 키워준다는 약속의 그림자다.
레버리지는 한국 투자자에게 낯설지 않다. 부동산도, 주식도, 코인도 “영끌”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익숙해진 방식이다. 내 돈이 부족하면 빌려서 키운다. 상승장에서는 그것이 실력처럼 보인다. 수익은 빠르고, 확신은 단단해진다.
문제는 하락이 시작될 때다. 현물은 버틸 수 있어도, 레버리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담보비율이 깨지는 순간, 선택권은 사라진다. 협상도, 유예도 없다. 시스템은 냉정하게 정리 버튼을 누른다.
투자자는 여전히 차트만 본다. “곧 반등한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믿음을 시험하지 않는다. 계산만 한다.
이 만평은 단순한 공포를 그리지 않는다. 리퍼는 실패한 사람을 쫓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의 기억이 쌓인 순간에 가장 가까이 선다. “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때, 그림자는 이미 어깨 뒤에 와 있다.
수익을 키우는 힘은 동시에 퇴로를 줄이는 힘이다. 낫은 당장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은 이미 체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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