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인사이트 #15] 월가의 '디파이 루비콘강' 도하…美 국채부터 사모펀드까지 온체인 대이동 시작됐다

| 토큰포스트

긴 연휴가 끝난 2026년 2월 18일, 암호화폐 시장은 거대한 지각변동의 한가운데 섰다. 전통 금융(TradFi)의 거인들이 실험 단계를 넘어 블록체인 인프라 위로 본격적인 '대이동'을 시작한 반면, 거시경제 환경과 시장 내부 구조는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 "실험은 끝났다"…전통 금융, 디파이(DeFi)로 직행

가장 큰 변화는 월가에서 감지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자사의 국채 토큰 'BUIDL'을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X(UniswapX)에 상장하며 디파이 진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중개기관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기관 자본이 직접 거래되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이 흐름은 전방위적이다. 운용자산 1,200조 원 규모의 거대 사모펀드 아폴로(Apollo)는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모르포(Morpho)와 협력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G7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국채 발행 실험에 착수했으며, 로빈후드는 아비트럼과 손잡고 자체 레이어2 체인을 가동했다. 온도파이낸스가 테슬라 등 토큰화 주식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 대출을 시작한 것 또한 'RWA(실물자산)의 금융화'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전통 금융과 크립토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 1,000조 달러 시장의 '틈새' vs 당면한 매도 리스크

장기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극도로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 세계 주식, 채권, 부동산을 합친 글로벌 총자산 규모는 1,000조 달러(1 Quadrillion)를 넘어서지만, 비트코인의 비중은 0.1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무한히 팽창하는 법정화폐 자산 대비 고정된 공급량을 가진 비트코인으로 글로벌 자본의 단 1%만 이동해도 가격은 48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며 현재의 가격 왜곡을 지적했다.

그러나 당면한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고용 및 임금 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자, 연준(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좋은 경제 뉴스가 시장에는 악재(Good news is bad news)'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욱이 옵션 시장 구조는 단기적인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 6만~6만 5천 달러 구간에는 마켓 메이커들의 '음의 감마(Negative Gamma)' 물량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는 가격이 해당 구간으로 하락할 경우 딜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계적으로 비트코인을 매도해야 함을 의미하며, 하락폭을 급격히 키우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국가 간 비트코인 전쟁 온다" vs "금융 붕괴의 전조"

거시적인 시각에서의 경고도 잇따랐다. 미국 부채가 38조 달러를 돌파하고 중국 부채 문제도 심화되는 가운데, 팬테라 캐피털은 향후 2~3년 내에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글로벌 군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공동 창업자는 최근의 비트코인 나스닥 괴리 현상에 대해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AI 도입으로 인한 대량 실직과 이로 인한 은행권의 부실채권 위기를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의 약세는 다가올 금융 시스템 붕괴의 전조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결국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며, 그것이 비트코인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년 2월, 암호화폐 시장은 전통 금융의 본격적인 진입이라는 역사적 '기회'와 거시경제 및 시장 구조적 '위기'가 팽팽하게 맞서는 중대한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