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우리는 물었다. "TVL도 모르면서 코인을 산다고요?" 대한민국 1,000만 투자자의 불편한 민낯, '크립토 문맹(Crypto Illiteracy)'의 현실을 직시하자고. 글로벌 보안 리포트들에 따르면, 우리의 경고가 얼마나 절박한 것이었는지를 잔인할 만큼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 170억 달러,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증발'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2026 암호화폐 범죄 보고서'의 숫자는 충격적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암호화폐 사기 및 해킹으로 인한 총 피해액은 170억 달러(약 24조 6,500억 원)에 달했다. 펙쉴드(PeckShield)의 연례 보안 보고서 역시 도난 규모가 40억 4,000만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34.2%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킹 '건수'가 아니다.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대신 한 건당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범죄자들이 더 정교해졌고, 더 큰 먹잇감을 노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 진짜 취약점은 코드가 아니다, '사람'이다
여기서 우리가 던졌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2025년 보안 재앙의 핵심 원인은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의 결함이 아니었다.
Immunefi의 CEO 미첼 아마도르(Mitchell Amador)의 진단은 명확하다. 비밀번호 유출, 키 도난, 직원 조작 등 '운영상의 실패', 즉 사람의 실수와 무지가 주요 원인이었다. 접근제어 취약점이 전체 손실의 59%, 무려 16억 달러 이상을 차지했다. 기술적 보안이 아닌, 프라이빗 키 관리와 소셜 엔지니어링 방어 같은 '사람의 리터러시'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더 무서운 숫자가 있다. 사칭 사기(Impersonation Scam)가 전년 대비 1,400% 폭증했다. 1,400%다. 14배. 딥페이크 영상으로 유명 인사를 사칭하고, AI 음성 복제로 "지금 이 코인 사세요"라고 속삭이고, 24시간 AI 챗봇이 '투자 코칭'을 하며 시드 구문을 빼내는 시대. 이것이 2026년 크립토 사기의 민낯이다.
◇ 문맹이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 보자. 왜 이 사기들이 '통하는' 것인가?
피싱 메일을 구별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러그풀(Rug Pull)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앱(dApp)에 서명할 때 어떤 권한을 넘기는 것인지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리브라토큰(Libra Token) 러그풀에서 2억 5,100만 달러가 사라졌을 때, 피해자들 대부분은 '화이트페이퍼'를 읽어본 적조차 없었다.
결국 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최첨단 보안 시스템이 아니라, 당신의 무지다.
2025년 거래소 침해 사유 중 48%가 피싱에서 비롯됐다. 사회공학적 공격(Social Engineering)이 해킹보다 효율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AI가 생성한 메시지는 실제 고객센터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해졌고, 피해자는 "아는 사람에게 답장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자산을 넘긴다.
이것이 우리가 '크립토 문맹'의 위험성을 단순한 투자 손실이 아닌, 재산 범죄의 최전선 문제로 격상시켜야 하는 이유다.
◇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1,000만 투자자의 방패가 없다
한국 최대 거래소 업비트(Upbit)도 2025년 11월 해킹 공격을 받아 3,000만~3,600만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 기관은 북한 연계 해킹 그룹의 수법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국민 5명 중 1명이 코인을 거래하는 나라에서, 투자자 보호의 최전선은 규제 당국도, 거래소의 방화벽도 아닌, 투자자 본인의 지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 리터러시 역량조차 학업성적과 경제 수준에 따라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 성적 하위 집단과 저소득층의 정보 판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크립토 리터러시는 측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면허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1,000만 명. 그 고속도로에 이제 AI로 무장한 사기꾼들이 함정을 파고 앉아 있다.
◇ '방주(Ark)'가 필요한 이유, 다시 한번
회수되거나 동결된 암호화폐는 2025년 고작 3억 3,49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의 4억 8,850만 달러보다도 크게 줄었다. 자금세탁 기법이 고도화되면서, 한번 빼앗기면 돌려받을 가능성은 점점 0에 수렴하고 있다.
보안 감사를 받은 프로젝트의 해킹률은 미감사 대비 95% 낮다(CertiK 통계). 2만 달러의 감사 비용이 2,000만 달러의 해킹을 방지한다. 프로젝트에게는 감사가, 개인에게는 교육이 그 방패다.
우리가 멤버십을 개편하고, PRO 툴을 도입하고, 아카데미를 강화하고, 매주 목요일 강남에서 토큰캠프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고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의 낚싯바늘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170억 달러짜리 교훈이 우리에게 남긴 유일한 처방이다.
◇ 결론: 모르면 털린다
시장은 더 이상 단순히 '잔인할 정도로 공평한' 곳이 아니다. AI로 무장한 범죄자들이 당신의 무지를 체계적으로 착취하는 전쟁터다. 2025년 170억 달러는 그 전쟁의 첫 번째 청구서일 뿐이다. 2026년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모든 보안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마주하라.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대박 코인'이 아니라, 사기를 사기로 알아보는 눈이다. 크립토 문맹을 탈출하라. 그것만이 이 전쟁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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