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지막 기회의 창입니다" — 가상자산 전문 로펌 디센트, 한국 크립토 시장을 진단하다

| 권성민

가상자산 시장이 격변을 거듭하는 가운데, 법률의 최전선에서 이 산업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 2022년부터 가상자산 전문 로펌으로 자리매김해 온 디센트(Decent)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대표 변호사. 토큰포스트 오피스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생각보다 느슨하고, 지금이야말로 기회의 마지막 창"이라는 반전의 메시지를 던졌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가상자산 시대의 '풀 서비스 로펌'

디센트 법률사무소는 가상자산·디지털 자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다. 법률 자문과 민·형사 소송을 아우르는 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래소 설립 컨설팅부터 AI 트레이딩봇 사업 구조 설계, 해외 법인 연계 전략까지 폭넓은 영역을 다룬다.

진현수 변호사는 2017년 비트코인 사이클 당시 개인 투자자로 암호화폐에 처음 입문했다. 이후 2021년 소속 변호사 시절 대형 가상자산 조세 소송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수사기관, 법원 할 것 없이 코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습니다. 법조계 내에서도 '비트코인은 폰지 사기'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금융 당국은 거래소를 문 닫게 하겠다고 했죠. 법적 분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해본 놈이 더 잘한다" — 디센트만의 차별점

진 변호사가 강조하는 디센트의 핵심 경쟁력은 시장 이해도에 기반한 적극적 컨설팅이다. 단순히 법률 의견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법인 구조를 설계하고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며 피드백을 제공한다.

"거래소를 만들고 싶다, AI 트레이딩봇을 개발하고 싶다, 레퍼럴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이런 방식은 위험하니 이렇게 하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사업 결정에 관여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함께하면 분쟁이 생겼을 때 승소율이 훨씬 높아지죠."

한국의 크립토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사전 법률 자문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문제가 터진 뒤에야 변호사를 찾는 것이 한국 시장의 현실이지만, 디센트는 이 간극을 메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100억 코인 수익, 세금 40억 vs 0원 — 대응이 결과를 바꾼다

진 변호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은 것은 한 트레이더의 조세 소송이었다. 아비트라지와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100~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의뢰인이 청담동에 10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자, 국세청이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한 사건이다.

4대 보험 납부 이력도, 세금 신고 히스토리도 없던 이 의뢰인에게 국세청은 약 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개인 트레이딩에서 시작해 팀 운영,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복잡한 자산 형성 과정이 법적 쟁점이 되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40억이 될 수도 있고, 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세 처분이 전부 취소되어 세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은 진 변호사에게 비트코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의 독점적 권력에 대한 저항, 비효율에 대한 도전 — 그가 가상자산 분야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된 계기다.

빗썸 사태,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빗썸에서 2,000원을 지급해야 할 것을 전산 오류로 2,000 비트코인이 표기된 사건에 대해 진 변호사는 착오송금 사례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형사적 측면에서, 원화 착오송금의 경우 인출·사용 시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와 동등한 보호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행 판례의 입장이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다만 민사적으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명확하게 성립되므로, 거래소 측이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이 갑자기 생성되었다거나 유령 코인이 만들어졌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전통 금융기관에서도 비슷한 착오송금 사례는 수없이 있어왔습니다."

"한국 규제가 심하다? 오해입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의외였던 대목은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대한 진 변호사의 평가였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해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지만, 그의 시각은 달랐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크립토 전문 변호사들과 실제로 얘기해 보면, 한국의 규제는 오히려 느슨합니다. 미국에서는 테더(USDT)를 공식적으로 쓸 수 없고, 일본의 대형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코인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코인을 상장하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죠."

반면 한국에서는 거래소의 자율성이 높고, 투자자들이 어떤 코인을 거래하든 제한이 적으며, VASP 라이선스가 필요 없는 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유도는 더욱 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진 변호사는 한국인들의 보수적 성향이 규제와 혼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이 없으면 해도 되는 건데, 사람들은 법이 없으면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카더라와 불확실한 정보가 시장 참여자들의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그 빛과 그림자

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진 변호사는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2021년 특금법 개정은 코인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보이스피싱, 마약 범죄, 불법 도박 자금이 코인으로 세탁되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처벌할 수 없었던 수사기관에게 비로소 무기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테더를 한 번 거래했을 뿐인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공범으로 기소되어 5~7년 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역시 마찬가지다. 시세조종과 불공정 거래를 규율하는 본래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법이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공격적인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일반 투자자까지 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누가 봐도 시세조종이 심했기 때문에 법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잘못 해석되고 잘못 적용되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2026년, 신규 사업자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의 창'

진 변호사는 미국 클래리티(Clarity) 법안과 한국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도입이 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양면적이다.

법이 생기면 신뢰가 형성되고, 삼성·SK 같은 대기업과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다. 그러나 동시에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신규 사업자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클래리티 법안이나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명확하게 자리 잡으려면 2~3년은 더 걸립니다. 그때까지가 AI 트레이딩, 코인 관련 신규 서비스, 콘텐츠 사업 등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대형 로펌과 대기업이 들어오기 전에 포지션을 잡아야 합니다."

산업의 허점: 비전문 브로커의 범람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진 변호사는 중간 브로커의 난립을 꼽았다. 거래소 상장을 보장하겠다거나 시장의 최고 전문가를 안다며 접근하는 비전문적 브로커들이 돈이 많이 도는 이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인 설립, 계약서, 마케팅 등 전문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약속은 지키지 않는 브로커와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의 말을 믿었다가 나중에 크게 문제되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ICO 불법이라는 말은 무책임했다"

진 변호사는 과거 정부의 ICO 전면 금지 선언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2017~2018년 당시 법무장관급 인사가 "비트코인은 사회악", "ICO는 불법"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코인 발행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았다.

"코인을 발행했다고 처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실체 없는 코인을 노인에게 팔고, 가짜 프로젝트로 사기를 치는 행위가 문제인 것이지, 토큰 발행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순종적인가요. 그 말 한마디에 'ICO 불법이래, 사업 접자'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결과 한국의 뛰어난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한국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는 현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그의 안타까움이다.

AI 시대, 법률 서비스의 변화

디센트 내부에서 진 변호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AI의 적극적 활용이다. GPT, 클로드, 그록, 퍼플렉시티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유료 구독하며 실무에 접목하고 있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한다는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게 답입니다. 법률 서비스야말로 AI가 가장 활약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다만 딥페이크, 저작권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되, 과도한 제한은 한국의 AI·디지털 자산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락장의 투자 철학, 그리고 사기 주의보

시장 참여자이기도 한 진 변호사는 주식보다 코인 투자 비중이 더 크다고 밝혔다. 현재의 하락장에서 그가 택한 전략은 DCA(Dollar Cost Averaging), 즉 적립식 분할 매수다.

"비트코인을 신뢰한다면 이 사이클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싸면 쌀수록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하락장에서 투자 사기가 더 극성을 부린다고 경고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 심리를 악용해 "우리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냈다"며 접근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승장에서도 사기가 많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메우고 싶은 심리를 파고드는 사기가 더 위험합니다. 대출을 받아 투자한 분들이 특히 취약합니다."

전망: 법은 곧 신뢰, 신뢰는 곧 자금 유입

진현수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미래를 금융 인프라로의 전환에서 찾았다. 편의점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신용카드 결제 시 코인 지갑에서 정산이 이루어지는 세상.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지만, 인프라와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법은 곧 신뢰이고, 큰 돈은 신뢰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클래리티 법안이든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든, 법이 자리 잡으면 기관들의 대규모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그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진현수 변호사와 디센트 법률사무소는 법과 시장의 접점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 지금이 기회이고,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기사는 토큰포스트 오피스에서 진행된 디센트 법률사무소 진현수 대표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