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는 빼앗기지 않는다, '로그인'으로 양도된다

| 토큰포스트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남겼다. 그 충격이 너무 컸기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충분히 던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21세기 한국 시민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그날과 같은 극적인 사건의 형태로만 오는가. 매일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변화는 우리가 충분히 점검하고 있는가.

21세기의 자유 위축은 비상사태나 강제 조치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로그인 화면으로, 본인인증 문자로, '컴플라이언스 협조 요청'이라는 이름의 공문으로 온다. 어느 날 갑자기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번 한 번만, 이 사안에 한해서는, 국가가 더 잘 안다"는 그럴듯한 설명이 누적되는 동안 조용히 자유의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영국 언론계에서 제기된 이 문제의식은, 영국과 한국의 맥락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함께 점검해볼 만한 지점들을 담고 있다.

영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보자. 2030년부터 영국 정부는 에너지효율 등급 미달 주택의 임대를 금지하기로 했다. 위반 시 3만 파운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이 '정부의 규제 기준 이동'만으로 임대 불가 자산이 된다. 뒷마당에 닭을 키우려 해도 정부에 신고해야 하며, 미신고시 2,5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된다. 영국 정부는 닭 사육인의 명단과 사육 목적까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 어떤 행위도 명시적으로 금지되지는 않는다. 다만 비준수의 비용이 점점 커지면서, 선택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표현의 영역에서는 변화가 더 직접적이다. 영국 45개 경찰 중 39개 경찰의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하루 평균 약 30건의 SNS 게시물 관련 체포를 진행하고 있다. 체포 대상의 상당수는 평범한 시민으로 보고된다. 일부는 실형을 받고, 다른 이들은 수개월 수사 끝에 기소가 취하된다. 그 과정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영국 의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의 상황은 영국과 같지 않다. 우리에게는 우리 나름의 역사적 경로와 사회적 합의가 있다. 그럼에도 영국 사례가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한국 사회가 함께 생각해볼 지점들이 있다.

지난 수년간 디지털자산 산업이 마주해온 규제 환경이 한 예다. 법인의 디지털자산 계좌 개설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실명계좌 발급, ISMS 인증,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같은 절차들이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토큰 발행 또한 자본시장법상의 명확한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못한 채, 비공식적 가이드라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제 환경에는 그 자체의 배경이 있다. 과거 한국 시장이 겪었던 투기 광풍, 다단계 사기, 거래소 사고 등은 강한 규제의 필요성을 만들었다. 자금세탁 방지, 투자자 보호, 시장 건전성 같은 명분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 다만 개별 조치들이 누적된 결과로 산업 진입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단일 조치의 정당성과 전체 시스템의 방향성은 별개로 검토될 수 있는 문제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디지털 신원(Digital ID) 인프라도 함께 생각해볼 지점이다. 영국 정부는 고용·세무·의료·임차 권리가 통합되는 디지털 신원 시스템을 2029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디지털 행정 인프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주민등록번호 기반 본인확인 체계, 모바일 신분증, 마이데이터, 그리고 정부24·국세청·건강보험공단·금융결제원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연결망은 시민의 일상에 큰 편의를 제공해왔다.

다만 편의의 이면에 있는 누적 효과에 대해서도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시스템들이 서로 연결되었을 때 어떤 그림이 만들어지는지, 그 그림 안에서 시민의 선택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주제다.

여기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가 더해질 때 어떤 풍경이 가능할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필요하다. 모든 결제가 추적 가능해지고, 정책 목적에 따라 사용처가 프로그래밍될 수 있는 화폐 시스템은 효율성 측면에서 큰 가능성을 갖는 동시에, 설계에 따라서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어 왔다. 2022년 캐나다 트럭 시위 당시 시위 참여자와 후원자의 은행 계좌가 동결된 사례, 영국에서 한 정당 대표가 정치적 사유로 추정되는 디뱅킹(debanking·계좌 해지)을 당한 사례는 두 사례 모두 공식 조사에서 부당한 처분으로 결론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금융 인프라의 설계와 운용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참고 사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이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검열 저항성(censorship resistance)'이라는 기술적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다양한 설계 가능성을 사회가 함께 검토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 선택지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영국 사례가 던지는 통찰 가운데 한국 사회가 새겨볼 만한 것이 하나 있다. 시스템은 정부보다 오래 산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시민의 자유와 관련된 핵심 입법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보수 성향 정권에서 도입됐고, 그 시스템을 지금 후임 정권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파를 막론하고, 일단 도입된 행정·감시·과세 인프라가 자발적으로 축소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관찰이 있다. 이는 어느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시스템 설계 일반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기보다, 몇 가지 질문을 함께 던져보고 싶다.

먼저, 디지털 인프라를 도입하는 입법 단계에서 누적 효과를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가 있듯, 부처별로 도입되는 데이터 시스템이 다른 부처 시스템과 연결됐을 때 시민의 일상과 선택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장치를,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CBDC 논의에서도 비슷한 검토가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 실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설계 단계에서 시민의 결제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이 논의에서 기술적 대안과 설계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디지털자산 규제와 관련해서도, 비공식 가이드라인과 행정지도가 사실상의 법규로 작동하는 영역을, 가능한 부분부터 명시적 입법으로 정리해 나가는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계는 명확한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고, 입법자들은 비공식 통제가 산업과 시민에게 미치는 예측 불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지금이 이러한 토론에 좋은 시점이다.

업계 스스로의 역할도 있다. 검열 저항성, 프라이버시 보호, 자기 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 같은 기술적 가치는 단기적 규제 순응이나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산업이 어떤 정체성을 가져갈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부와의 협력과 기술적 원칙의 보존을 어떻게 함께 추구할 것인지는, 업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마지막은 시민의 영역이다. 모든 본인인증, 모든 데이터 통합, 모든 자동화된 행정은 편리함이라는 가치와 다른 가치들 사이의 균형을 묻는다. 이 균형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활발해질수록,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시스템도 더 균형 잡힌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로운 사회는 한 번의 극적인 사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많은 작은 선택들의 누적으로 형성된다. 지금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분명하다. 어떤 도구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도구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도구에 어떤 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해갈 것인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는 그만큼 더 단단한 자유를 유지할 수 있다.

가장 무서운 사회는, 시민들이 여전히 자유롭다고 믿는 동안 조용히 다가오는 통제다. 반대로 자유는, 그것이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지켜진다.

지금이 그 의식을 회복할 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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