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전통자산까지 삼켰다…코인게코, RWA·TradFi 무기한선물 급성장 조명

| 이도현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전통 금융 자산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실물연계자산(RWA)’과 TradFi 무기한선물 시장이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코인게코(CoinGeck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주요 중앙화·탈중앙화 거래소의 상장 동향과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토큰화 주식·원자재·ETF·프리IPO 계약을 포함한 멀티자산 상품군이 암호화폐 인프라 위에서 24시간 거래되며 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에는 일부 토큰화 금 상품에 머물렀던 흐름이 주식, ETF, 원자재, 외환, 프리IPO 계약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규제 환경 개선과 발행사 주도의 유통 전략, 거래 인프라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거래소의 ‘실물연계자산(RWA)’ 상장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온도 파이낸스의 캐털리스트 프로그램과 백드 파이낸스의 xStocks 같은 유통 모델이 거래소들의 상품 확장 속도를 끌어올린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다.

실제 상장 경쟁은 공격적으로 전개됐다. MEXC는 해당 기간 현물 RWA 199개와 TradFi 무기한선물 159개를 추가해 총 358개 자산을 상장했고, 게이트는 총 224개, WEEX는 총 192개를 기록했다. 백드 파이낸스 인수 이후 크라켄은 현물 RWA 105개를 상장하며 현물 중심 전략을 강화했다. 반면 코인베이스는 23개 추가에 그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코인게코(CoinGecko) 리서치는 12개 중앙화 거래소 가운데 5곳이 현물보다 무기한선물 확대에 더 집중했다고 짚었다.

거래량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토큰화 RWA의 월간 현물 거래량은 2025년 1월 8억5000만달러에서 2026년 1월 412억6000만달러로 치솟았고, 2026년 5월에도 190억7000만달러를 유지했다. 2026년 첫 5개월 누적 현물 거래량은 1537억1000만달러로 2025년 연간 거래량 1027억1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토큰화 원자재가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초 이후 원자재 현물 거래량은 1162억6000만달러에 달했고, 금 가격이 고점을 시험한 국면마다 거래가 집중됐다.

토큰화 주식과 ETF도 외형을 키우고 있다. 토큰화 주식 현물 거래량은 2025년 1월 25억3000만달러에서 2026년 5월 75억1000만달러로 늘었고, ETF는 같은 기간 2억달러에서 10억6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전통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암호화폐 거래소가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멘트"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별도 증권 계좌나 전통 브로커 인프라 없이도 익숙한 거래소 환경에서 다양한 자산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수요를 키운 배경으로 해석된다.

상품 구조 면에서도 차별점이 분명하다. 거래소의 TradFi 무기한선물은 전통 금융의 정규 선물보다 암호화폐 고유 무기한선물과 더 닮아 있다. 만기 없이 펀딩비를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기초 시장이 닫힌 이후에도 거래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가격 발견이 정규장 밖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변동성 확대와 청산 위험도 키운다. 보고서는 전통 선물의 청산소 기반 구조와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보험기금과 ADL, 온체인 청산 메커니즘에 의존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기한선물 부문은 현물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RWA·TradFi 무기한선물 거래량은 2025년 초 2억3000만달러에서 2026년 5월 3471억7000만달러로 1472배 급증했다. 2026년 들어 누적 거래량은 이미 1조3200억달러를 넘어 2025년 연간 1042억1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2025년에는 현물과 무기한선물 수요가 대체로 비슷했지만, 2026년에는 무기한선물이 현물보다 8배 이상 많은 거래를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 무기한선물이 시장을 이끌었다. 원자재 관련 무기한선물의 월평균 거래량은 2025년 56억8000만달러에서 2026년 현재까지 2231억7000만달러로 폭증했다. 주식 무기한선물은 43억4000만달러에서 268억4000만달러, ETF는 15억달러에서 87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외환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증가 방향은 동일했다. 이와 맞물려 미결제약정(OI)도 2025년 1월 970만달러에서 2026년 5월 말 62억4000만달러로 팽창했다.

거래소별 주도권도 뚜렷해졌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바이낸스가 17개월간 4986억6000만달러를 처리하며 선두에 올랐고, MEXC가 3238억6000만달러, 하이퍼리퀴드가 2723억9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OI에서는 하이퍼리퀴드가 우위였다. 2026년 5월 말 기준 하이퍼리퀴드의 점유율은 46.4%, 일간 OI는 최대 28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바이낸스는 같은 시점 11억8000만달러, MEXC는 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코인게코(CoinGecko) 보고서는 WEEX 역시 거래량을 빠르게 늘리며 중소 거래소 가운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큰화 주식 무기한선물은 AI 열풍과 맞물려 특히 주목받았다. 상위 13개 거래소에서 관련 상품의 월간 거래량은 2025년 7월 8억3117만달러에서 2026년 5월 340억달러로 약 40배 증가했다. 가장 활발히 거래된 종목은 엔비디아와 테슬라였고, 마이크론도 급격한 거래 확대를 보였다. 다만 실제 전통 주식시장 거래량과 비교하면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해 아직은 초기 투기 시장 성격이 짙다.

미결제약정 측면에서도 토큰화 주식은 빠르게 부상했다. 상위 15개 종목의 OI는 2026년 5월 10억9000만달러에 도달했고, 하이퍼리퀴드가 이 가운데 58.8%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총 거래량이 총 OI보다 약 30배 크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 보유보다는 짧은 호흡의 매매와 변동성 베팅이 시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의미다. ‘토큰화 주식’이 구조적으로 투자 대용재라기보다 고회전 레버리지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프리IPO 무기한선물 역시 새로운 투기 수요를 끌어들였다. 2026년 5월 거래량은 7억144만달러로 전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고, 스페이스X 프리IPO 계약이 43.55%의 비중으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OpenAI와 앤스로픽 관련 계약도 뒤를 이으며 세 상품이 전체 월간 거래량의 95.62%를 차지했다. 바이낸스는 출시 열흘 만에 점유율 43.45%를 확보했고, WEEX와 OKX도 뒤따랐다. 반면 하이퍼리퀴드는 초기 선도 지위를 일부 내줬다.

프리IPO OI도 2025년 11월 109만달러에서 2026년 5월 4230만달러로 38배 늘었다. 특히 폴리마켓과 스페이스X 계약의 포지션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상장 전 기대감이 가격 형성과 레버리지 수요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OpenAI와 앤스로픽 계약은 거래량 대비 OI가 상대적으로 낮아, 변동성이 큰 종목에서는 포지션 장기 보유보다 단기 회전이 우세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전체 파생상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다. 2026년 5월 기준 TradFi 및 RWA 기반 무기한선물은 상위 13개 거래소 전체 무기한선물 거래량의 7.48%, 전체 OI의 6.1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성장 속도는 매우 가파르지만, 암호화폐 고유 파생상품을 대체할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전체 거래소의 총 거래량과 OI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해당 부문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성장 가능성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 프리IPO 가격 형성은 이 시장의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거래소별 가격은 상장 직전까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정보가 축적되면서 160~165달러 구간으로 수렴했고, 실제 상장 당일 평균 마감 가격은 157달러로 시초가 150달러보다 4.67% 높았다. 가격 왜곡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거래소 기반 프리IPO 시장이 일정 수준의 사전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했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실물연계자산(RWA)’과 TradFi 무기한선물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외연을 넓히는 가장 빠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직 전체 시장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상품 다변화와 24시간 거래, 높은 접근성, 레버리지 수요가 결합되며 전통 금융 자산의 암호화폐화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는 뚜렷하다. 다만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단기 투기와 변동성 매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의 지속 가능성은 규제 정합성, 기초자산 연동 신뢰, 청산 리스크 관리 체계가 얼마나 정교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