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ebX 2026 총평 – Web3가 사라진 자리, 금융의 미래가 시작됐다

| 토큰포스트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WebX 2026의 주인공은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아니었다. 일본 정부와 메가뱅크,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털, 토큰화 기업과 인공지능(AI)이 무대의 중심을 차지했다.

코인 가격은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금융의 배관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몇 년 전 Web3 행사의 단골 질문은 단순했다. 어느 체인이 더 빠른가. 다음 상승장을 이끌 코인은 무엇인가. NFT와 메타버스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오간 질문은 달랐다.

주식과 채권을 블록체인 위에서 어떻게 거래할 것인가. 은행 예금과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기관투자자의 거래 정보는 보호하면서도 결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상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에는 어떤 돈과 지갑이 필요한가.

Web3가 더 이상 별도의 산업으로 설명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Web3가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금융과 산업의 내부로 들어갈 만큼 성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이 성공한 것은 모든 기업이 자신을 ‘인터넷 기업’이라고 부르던 때가 아니었다. 기업과 소비자가 인터넷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은 채 쇼핑하고 송금하고 영상을 보기 시작했을 때였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결제와 AI 서비스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이용자가 어느 체인을 쓰는지조차 모르게 될 때 비로소 대중화된다.

Web3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Web3’라는 말이 사라지는 순간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행사의 개막식은 일본이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압축해 보여줬다. 일본 총리의 영상 축사에 이어 집권 자민당 인사와 경제산업상이 무대에 올랐다. 그 뒤를 일본 3대 메가뱅크와 SBI홀딩스, 글로벌 금융기관과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이어받았다.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WebX 2026 개막식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오승환 기자(토큰포스트)

정부 고위 인사가 행사에 참여했다고 혁신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축사 몇 마디가 법과 시장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등장했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한 무대에 섰느냐이다.

정치권은 국가 전략을 말하고, 산업 부처는 경쟁력을 말하며, 은행은 결제망을 말하고, 자산운용사는 토큰화 상품을 말한다. 기술기업은 이들을 연결할 프로토콜과 데이터를 제시한다. 디지털자산을 규제기관 한 곳이 관리해야 할 위험자산이 아니라 금융과 산업 전반이 함께 설계해야 할 인프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3대 메가뱅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앉은 장면은 한국이 눈여겨봐야 한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과 미즈호금융그룹,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예금과 기업금융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앞에서는 누가 먼저 독자적인 ‘은행 코인’을 만들 것인가보다 공동 결제망과 상호운용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지를 논의했다.

서비스 위에서는 경쟁하되, 인프라 아래에서는 협력한다는 것이다. 철도회사가 서비스로 경쟁하더라도 선로의 폭과 신호체계까지 제각각이어서는 철도망이 만들어질 수 없다. 디지털 금융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인다. 기업마다 전담팀을 만들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각자가 별도의 체인과 지갑, 토큰과 플랫폼을 구축한다. 출발은 빠르지만 연결은 느리다. 실증은 넘치는데 시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반대다. 의사결정이 답답할 만큼 느리고 규제도 복잡하다. 그러나 방향을 정하면 정부와 은행, 증권사와 대기업이 동시에 움직인다.

한국은 빨리 출발해 흩어지고, 일본은 늦게 출발해 함께 간다.

그 차이가 이번 행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첫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75세의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이었다. 그는 다소 불편한 걸음으로 무대에 올라 의자에 앉은 채 약 50분 동안 디지털자산과 AI, SBI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설명했다.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이 WebX 2026에서 앉은 채 약 50분간 기조연설을 이어가며 디지털자산과 AI 시대를 대비한 SBI그룹의 장기 전략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이미 인터넷 증권과 은행, 보험과 자산운용을 아우르는 금융그룹을 일군 경영자다. 과거의 성공을 정리하고 물러나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나이다. 그러나 그는 은퇴 대신 블록체인을 택했다. 자신이 만든 성공 공식을 지키는 대신, 그 성공 공식을 무너뜨릴 수 있는 다음 기술에 다시 베팅하고 있었다.

혁신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새로운 용어를 빨리 말하는 것이 혁신도 아니다. 지금 가진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배우며, 다시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가 혁신이다.

그날 행사장에서 가장 젊어 보였던 사람은 어쩌면 75세의 기타오 회장이었다.

톰 리 비트마인 이사회 의장은 AI 에이전트에도 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직접 상품을 고르고 계약하고 결제하는 경제 주체로 진화한다면, AI에게도 디지털 신원과 지갑,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난센과 지토, 캔톤재단이 온체인 데이터와 유동성, 기관용 프라이버시를 논의했다. RWA.xyz와 온도파이낸스, 프랭클린템플턴, 판테라캐피털은 주식과 채권, 원자재, 머니마켓펀드가 토큰화된 뒤 어디에서 거래되고 어떻게 상환돼야 하는지를 놓고 토론했다.

이 논의들은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미래를 가리킨다.

AI가 데이터를 읽고 거래를 판단한다.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이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인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이 결제수단이 된다. 금융기관은 고객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자산과 현금을 실시간으로 교환한다.

이것이 Web3의 다음 장이다. 코인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의 자산과 돈, 계약과 결제를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일이다.

WebX 2026 부스 전시장이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크립토 겨울’을 무색하게 하는 열기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토큰포스트)

한국도 토큰증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인의 디지털자산 참여와 현물 ETF를 논의하고 있다. 기술력도 있고 이용자도 많다.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기업의 역량도 충분하다.

그러나 논의는 여전히 조각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할 것인가. 은행만 허용할 것인가, 핀테크와 플랫폼에도 문을 열 것인가. 토큰증권은 어떤 자산부터 허용할 것인가. 디지털자산을 누가 수탁하고, 어느 거래소에서 유통할 것인가.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사업자 자격만 결정한다고 산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액면가로 교환되는가.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의 결제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가. 서로 다른 금융기관이 발행한 토큰이 같은 시장에서 교환되는가. 해외 디지털화폐와 어떤 기준으로 연결되는가. AI 에이전트가 이 돈을 사용할 수 있는가.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상환하고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토큰증권과 수탁, ETF와 AI 결제를 각각 별개의 법안과 부처, 개별 기업의 실증사업으로 다루면 기존 금융의 단절을 블록체인 위에 다시 복제할 뿐이다.

한국에 부족한 것은 기술도, 자본도, 이용자도 아니다.

토큰포스트가 14일 일본 도쿄에서 Digital Asset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기관금융의 블록체인 도입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캔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오승환/토큰포스트)

한 장의 산업 지도와 그 지도를 끝까지 책임질 리더십이 부족하다.

정부는 발행자 규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결제와 자본시장, 산업정책을 연결한 실행 순서를 내놓아야 한다. 은행은 각자의 폐쇄형 코인을 만드는 데 머물지 말고 공동 정산과 상호운용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토큰을 발행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실제 거래와 상환, 담보 활용까지 설계해야 한다. 기술기업에도 규제의 틀 안에서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일본을 지나치게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일본의 제도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느린 의사결정과 높은 규제 장벽은 여전히 약점이다.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접근이 스타트업의 창의성을 누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적어도 같은 질문을 한자리에서 묻고 있었다.

한국은 각자가 정답을 갖고 있지만, 그 정답들이 아직 하나의 문장이 되지 못했다.

WebX 2026이 보여준 것은 코인의 부활이 아니었다. 디지털자산이 금융의 변두리에서 중심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이제 경쟁은 어느 나라가 코인을 더 많이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나라가 돈과 자산, 은행과 기업, AI와 글로벌 시장을 더 먼저 연결하느냐를 놓고 벌어진다.

한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원화 코인을 발행할 것인가가 아니다. 그 원화가 어디에서 움직이고, 무엇을 사고, 어떤 자산을 결제하며, 세계의 금융망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우리는 코인을 하나 더 만들 것인가. 아니면 다음 금융이 달릴 길을 만들 것인가.

WebX가 끝난 자리에서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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