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기관 투자자가 스위스 은행에 자산을 수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을 인용, 바이낸스가 일부 대형 거래자들이 스위스 시그넘 은행, 플로우 은행 등 제3자 은행에 자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바이낸스가 작년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혐의를 인정하고 법인 역대 최대 벌금을 부과받은 이후 독립 수탁기관에 자산을 보관해달라는 고객 압력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수천명의 투자자 자금이 묶이면서 거래소 수탁에 대한 이용자 불안감이 높아졌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거래소, 수탁기관, 대출기관의 역할을 분리시킨 전통 금융과 달리 암호화폐 업계는 여러 기능을 동시 수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여러 기능을 혼합 제공하며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도 거래소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지난해 바이낸스는 자금세탁, 국제 금융 제재 위반 등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재무부, 법무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43억 달러의 벌금 처분에 합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13건의 혐의는 미결 상태로 남아있다.
씨씨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 압박에 바이낸스의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55%에서 30%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큰 거래소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바이낸스 이용자는 거래소나 거래소의 유일한 기관 수탁 협력사 '세푸(Ceffu)'에만 자산을 수탁할 수 있었다. 한편, 관계자들은 바이낸스 거래소가 일부 기관 투자자에게 스위스의 시그넘 은행과 플로우 은행을 포함한 독립 은행에 자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들이 미국 국채 형태로 관련 자금을 수탁하고 있어 약 4%의 이자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암호화폐 트레이딩 기업 대표는 "바이낸스보다는 스위스 은행에 자산을 맡기고 싶다"면서 "당연히 규제 감독을 받는 수탁기관에 돈을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은행 수탁을 시범 이용 중인 대형 헤지펀드의 대표는 "거래소에 자산을 보관할 수 없어 세푸를 이용해왔지만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차악(次惡)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푸가 잘 작동하고 있고 팀은 다르지만 여전히 바이낸스에서 결정이 내려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작년 미국 규제당국도 세푸가 바이낸스와 긴밀히 연결된 관계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낸스는 협력 은행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거래소, 고객, 은행 수탁기관 간 계약 사실을 언급하며 "기관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인 거래상대방 위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위험을 더 잘 관리하고 활동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위험 관리 솔루션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면서 "관심을 보인 여러 은행 및 기관 투자자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는 "거래상대방 위험이 부각되기 훨씬 전인 약 2년 전부터 제3자 은행 탐색·발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위험이 전 산업이 공유하는 것이며 바이낸스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그넘 은행은 "기존 고객과 예비 고객 일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때 심각한 거래상대방 위험이 없도록 하기 위한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며 "수많은 고객 요청에 따라 기관 고객이 수탁과 거래상대방을 분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솔루션을 정식 출시한 상태가 아니라 테스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플로우 은행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바이낸스의 단독 수탁업체였던 세푸는 "자사의 기업 구조가 바이낸스에서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낸스뿐 아니라 모든 협력 거래소와의 수탁 사업이 분리된 계정 및 지갑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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