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관세 맞불…美 제품 110조원 보복 리스트 준비

| 김민준 기자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미 관세 조치에 맞서기 위해 광범위한 보복관세 리스트를 마련 중이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8월 1일 마감일까지 무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총 770억 달러(약 110조 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작성된 리스트에는 항공기, 산업용 기계, 의료기기를 포함한 주요 공업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농산물과 식료품 항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산 포도주, 맥주, 증류주를 비롯해 각종 과일과 채소 등 약 70억 달러(약 10조 800억 원) 규모의 식품류가 관세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4주간 EU 27개 회원국 및 산업계와 협의한 뒤 초안을 마련했고, 해당 리스트가 각국에 공식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구체적인 품목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각국과 논의 절차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대EU·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30% 관세를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하루 뒤 입장을 내고, 양측이 협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존의 EU 측 보복관세 계획을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는 사실상 협상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무역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EU의 보복 리스트 발표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유럽 측은 만약 실제로 30% 관세가 발효된다면, 미국과의 경제관계 전반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사전조치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간은 많지 않다. 8월 1일이 지나면 추가 관세가 자동으로 발효되고 이는 글로벌 무역 질서에 또 하나의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의 이번 대응은 관세 전면전에 대한 사전 경고이며, 그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EU 지도부 간 협상의 향방에 달려있다.